아기가 하는 모방 행동은 언제 봐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른들의 표정이나 말투, 몸짓을 그대로 따라하며 웃을 때면, 그 모습이 너무 순수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아기와 보내는 하루하루는 정말 특별하다. 특히 생후 50일에서 첫 돌이 되기까지, 아기는 나를 정말 많이 찾았다. 육아휴직을 하고 엄마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냈기 때문일까. 무언가 필요할 때마다 ‘아빠!’ 하고 부르던 아기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그때는 몰랐다. 그런 순간이 그리워질 거라는 걸.
지금은 일이 많아져서 퇴근이 6시를 훌쩍 넘어 9시, 10시가 될 때도 있다. 아기와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고, 자연스레 아기의 관심도 엄마에게로 기울었다. 요즘은 무언가 도와주려고 손을 내밀면 “아니야!” 하며 고개를 흔들고, 내 손을 밀어내기도 한다.
서운한 마음보다 놀라움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아빠만 찾던 아기가, 이젠 나를 제쳐두고 엄마를 향해 달려간다. 엄마가 잠깐 자리를 비우기라도 하면, 아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를 찾아 나선다. 나는 그 옆에서 멀뚱히 서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른다.
그때 내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잠깐만 쉰다는 핑계로 아기의 손길을 놓았던 날들. 귀찮다고 미뤘던 작은 부탁들. 미소로 보답해 주던 아기의 반응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그 모든 사소한 순간들이 지금의 나에겐 너무도 소중한 장면이 되어버렸다. 뒤늦게 찾아온 후회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머금은 채로 하루를 보낸다. 지금은 아기가 엄마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도, 언젠가는 다시 ‘아빠!’ 하고 달려올 거란 희망을 품고 있다. 회사에서 지친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그때 그 웃음을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은 내가 아기의 중심이 아니더라도, 아기의 세상 안에서 부모 둘 다 꼭 필요한 존재임을 믿는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잠자리에 들 땐 여전히 나를 찾는다는 점이다. 침대 위에서 등을 맞대고, 작은 손이 내 팔을 더듬으며 잠들려고 할 때, 그 순간만큼은 ‘아, 내가 아직 아기의 안전지대구나’ 하고 느낀다.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마움이 가슴에 쌓인다.
지금 아기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다. 이 작고 소중한 시기를 잘 지켜내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체력을 다잡기 위해 걷고, 먹고, 자는 일상부터 다시 조율한다. 더 넓고 재밌는 세상을 함께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기의 손을 잡고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며, 삶의 방향을 다시 정리해 나가고 있다.
아빠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삶은 때로는 버겁고, 때로는 뭉클하다. 아기의 웃음 하나, “아빠” 한 마디에 하루의 의미가 바뀌는 삶. 그게 지금의 내 일상이다. 언젠가 지금을 그리워할 날이 오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