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온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 그리고 지금의 나

by 볼통통알파카

부모가 온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 그리고 지금의 나

아기에게 있어 부모는 그야말로 ‘세상의 전부’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는 얼굴, 울음을 달래주는 손길, 밥을 먹여주고, 안아주고, 잠을 재워주는 모든 존재가 엄마와 아빠다. 아직 세상이라는 개념조차 없을 시기, 아기에게 부모는 곧 세상 그 자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랬다. 어릴 적, 부모는 나의 영웅이자 가끔은 무서운 악당이었고, 동시에 나를 가장 아껴주는 존재였다. 어린 나에게 아빠는 늘 강했고, 엄마는 항상 모든 걸 해낼 수 있는 슈퍼우먼 같았다. 그렇게 철없이 바라봤던 부모의 뒷모습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현실 속 사람들로 다가왔다.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서 있다. 내가 누군가의 전부가 되어버린 지금, 그 책임의 무게와 복잡한 감정 속에서 종종 헤매게 된다.

아기가 아프거나, 이유 없이 울거나,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를 할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문득 지금의 내 나이에 아버지는 왜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셨는지, 왜 하루라도 헬스장을 빼먹지 않으려 하셨는지 알 것 같다. 체력은 곧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걸, 몸으로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엄마와 아빠가 통장을 들여다보며 말없이 한숨짓던 모습이 기억난다.

어린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왜 엄마 아빠는 늘 피곤해 보일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가정의 무게, 생계의 현실, 아이의 성장에 대한 걱정들이 얼마나 무겁게 쌓이는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던 부모님은 정말 대단했다.

그 시절 그렇게 지켜본 부모님의 모습이 내게 남아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나도 우리 아기에게 그 일부라도 닮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예전엔 즐기던 게임을 미루고, 대신 책을 읽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아무 이유 없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던 주말도, 이제는 아기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찾아다니는 시간이 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강요받은 것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고 있다. 부모가 되었다는 건 어쩌면 내가 바라는 내 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멋진 부모가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실천하며 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우리 아기는 내가 바랐던 삶의 방향과, 나를 키워준 부모님의 멋진 모습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부족함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았던 부모의 마음, 지금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아직도 욕심이 많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고, 좋은 남편이 되고 싶고, 동시에 나 자신도 잃지 않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달린다. 때론 힘들고 벅차지만, 그래도 괜찮다. 지금 내가 누군가의 전부라는 사실이, 이 삶을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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