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뒹굴거림 속에서 배운 것들

by 볼통통알파카

아침에 눈을 뜨면 홈캠 속에서 작은 몸짓이 보인다.

아기는 이미 깨어 있지만, 애착 이불을 꼭 쥔 채 뒹굴뒹굴, 몸을 부비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홈캠으로 확인하면 눈이 동그랗게 떠져 있는데, 굳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나도 똑같이 그러니까.


햇빛이 커튼 틈 사이로 은은하게 스며드는 아침.

방 안은 적당히 따뜻하고, 공기는 상쾌하다.

그럴 때면 나도 이불 속에서 기지개를 쭉 켜고, 다시 몸을 말아 포근함을 느낀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 채 한 시간,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아마 아기도 같은 기분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뒹굴다 어느 순간 까무룩 잠이 들고, 또 잠깐 깨는 것을 반복한다.

그러다 이내 우리 방으로 와서 “아빠!” 하고 부른다.

그 한 마디에 잠이 확 깨고, 눈웃음까지 더해지면 마음이 녹아내린다.

그때의 아기는,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난다.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바로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이 벅차게 다가온다.


예전에는 생각했다.

아직 어려서 행복이 뭔지 모를 거라고.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아기도 우리와 같은 편안함과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그렇기에 나는 더 조심스럽다.

아기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그 고운 감정을 오래 지켜주고 싶다.


이렇듯 육아 속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는 단순히 돌봄의 연속이 아니다.

내 마음이 자라는 시간이고, 인내심과 유연함을 배우는 과정이다.

아침에 아기가 뒹굴거리는 모습만 봐도 배운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법을.

예전의 나는 하루 계획표를 빽빽하게 채우고,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아기를 키우면서 알게 됐다.

효율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때로는 느림이 주는 가치를.

아기의 아침 뒹굴거림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 오히려 하루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우리 아기가 매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듯 아침 햇살 속에서 함께 뒹굴거리는 10분, 20분이 나에겐 값진 행복이다.

그 시간 동안은 직장 스트레스도, 대출 상환 걱정도, 내일의 불안도 잠시 내려놓는다.

그저 아기의 숨소리를 듣고, 작고 따뜻한 손을 느끼고, 천진한 표정을 바라본다.

그것만으로 하루를 버틸 힘이 생긴다.

누군가는 이런 시간을 사치라고 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사치야말로 나와 아이 모두에게 필요한 영양제라는 것을.

육아의 힘듦 속에서도 이런 작은 행복이 나를 지탱한다.


육아를 하다 보면, 주변의 시선이 은근히 부담이 될 때가 있다.

특히 아빠로서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긍정적인 시선만 받는 게 아니다.

“와, 아빠가 대단하네”라는 칭찬 뒤에는, “엄마가 못하니까 대신 하는 거 아냐?” 같은 속삭임이 숨어 있기도 하다.

예전엔 이런 말이 신경 쓰였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 하고 괜히 마음을 움츠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육아에서 중요한 건 남들의 평가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웃음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아이가 좋아하면 그게 정답이라고 믿는다.

아이가 내 품에서 편안해하고, 아내가 숨 고를 틈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게 잘하고 있는 거다.

남들이 뭐라 해도, 우리 셋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사람들과 우리는 다른 사람이라는 점을 오늘도 잊지 말자.


그리고 아기의 아침 뒹굴거림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아내도, 그리고 모든 부모도 이런 시간을 조금 더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회사 업무와 생활비, 각종 사회적 압박 때문에 우리는 너무 자주 조급해진다.

그 사이에서 아이와 함께 보내야 할 순간이 줄어든다.

나는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까지 빼앗기고 싶지 않다.

오늘 하루가 조금 힘들더라도, 아침의 뒹굴거림과 웃음만은 꼭 붙잡고 싶다.

그게 나와 아기의 하루를 가장 부드럽게 시작하게 해주는 힘이니까.

결국 육아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동시에 나를 키우는 일이다.

아기의 뒹굴거림은 나에게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신호다.

그리고 그 속에서 깨닫는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이불 속 포근함과 부드러운 햇빛, 그리고 아이의 웃음 속에 있다는 것을.

남들의 시선과 기대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것.

그게 내가 선택한 아빠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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