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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필 Kimcine feel Feb 03. 2017

포켓몬*가 싫은 이유

불확실함에 한 자리를 머물거나, 멀리 떠나거나

나는 포켓몬이 싫어요.

하루종일 엉덩이로 글을 써야만 된다는 카더라 통신. 결코 믿을게 못되는게, 나는 별달리 소득이 없다. 아마도 하고싶은 건 많고, 해야할 것들이 많은 나라는 핑계아닌 핑계로 슬쩍 넘어가는 중.

나는 무엇이 먼저인지도 모른채 '목적지'라는 단순 명료한 이정표만을 붙들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환승에 환승을 거치다보니 왠 종일 밖에서 벌받는 기분이랄까.

 요새 유행인 포켓몬고를 싫어하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 보이는 포켓몬을 잡다보면 오랜시간 한 자리만 머물다가, 어떤 때에는 목적지도 아닌 어설프고 낯선 어느 공간으로 동떨어져 또 덧없는 시간속에 방황을 이어가고 있을테니까. 그럼에도 이렇게나 열광적일수밖에 없는이유는 워낙에 손에 잡히는 것 없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쟁취할 수 있는 거니까. 그것도 별 어려움없이. 그래서 보이지 않는 꿈을 쫓는 현실과는 정반대로 스마트폰만 들이대면 혹자는 무자비하게 잡아도 전혀 거리낌없는 사냥이니까.




나도 그랬을 때가 있다.

한 번은 친구와 함께 동네 근처에 있는 작은 산에 오른적이 있다. 더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새벽잠을 쪼갰다. 하지만 평소에도 운동과는 멀기도 먼 몸인데다가 감기에 한 번 걸리기라도하면 골골대는게 일상인 나였기에 중턱쯤 올라 헉헉대며 쓰러져 앉아버렸다. 심장이 쪼여오고, 공복에 무리한 탓인지 앉는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앉는 순간 친구를 잡아 끌어 앉혔는데, 그저 이쯤에서 그만하자는 의도였겠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참, 답 없는 질문을 건넸다.





"정상에 가면 뭐가 있어?"
"성취감?"




그 답을 듣고나니 아무것도 없는 정상에 괜히 오르고 싶어졌다. 우리 동네가 다 보인다라든지 욕이나 지껄이는 뻔한 대답이었다면 즉시 하산행이었겠지만, 성취감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어떻게든 오르고 싶어졌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붙잡을 때,

꽤나 큰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게 사랑이든, 꿈이든.

보이지 않는다는 '불확실성'은 늘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것 같다.

불확실함이 항상 실패라는 일반적 논리 때문일까? 불확실함은 결과를 알 수 없다라는 명제일 뿐이지 무조건적인 실패를 뜻하는 동의어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불확실함이라는 단어 속에 늘 실패와 패배라는 그림자를 숨겨놓기 때문에 고민없이 즉시 하산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나도 늘 '카더라'처럼 불확실한 것들의 이야기를 진짜로 써내려간다. 글을 쓰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글이 될 수 있다는 불확실함. 그래서 마치 어떤 드라마에서처럼 모니터나 혹은 책을 뚫고 나와 독자를 내 안으로 끌어당기지 못할바엔. 쓰지도 말자라는 용기없는 다짐을 내뱉었던 일.

하지만 이제야 말하자면, 쓰자. 불확실한지언정. 내 글이 사랑을 받을지 외면를 받을지 상관없이. 목적없이 돌아다니는 포켓몬고도 뜻하지 않는 연인을 만나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말도 안되지만 결국에는 현실이 되어버린) 이야기처럼. 그래서 나도 오늘 써내려가는 이 한 줄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확실함을 알기에. 그래서 브런치에 첫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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