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부터 내가 너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에 관해 생각해보려 한다. 네가 왜 나보다 더 일찍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가에 관해 생각하다 보면, 한없이 바닥에 늘어질 것 같아 생각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 어떤 방식을 선택해도, 그 어떤 경우의 수를 선택해도, 나는 너보다 오래 살 수밖에 없고 너는 나보다 빨리 생을 마감한다. 거스르거나 수정할 수 없는 절대적 법칙 앞에서 나는 입을 떼려다 말고, 발을 구르려다 멈춘다. 이미 많은 이들이 겪었고, 겪고 있고, 겪을 것이다. 모두가 나처럼 받아들일 수 없다 생각하다가, 어찌어찌 받아들이고, 어찌어찌 무너진 채 야트막한 담을 쌓아 살아낸다. 그렇다. 나는 너를 보내고 살아야 할 수밖에 없으니, 우는 것은 그때로 미루기로 하고, 지금은 그 힘을 아껴 너를 들쳐 안는 것에 쓴다.
너는 아주 작게 태어났다. 아니, 아주 작은 생명체가 되기 위해 태어남을 조종당했다. 일명 '티컵 강아지'가 되기 위해 너는 다양한 주사를 맞았다. 덕분에 피부에 문제가 생기고, 나이가 들며 다리를 더 심하게 절게 되었다. 너는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고 난 후부터 그나마 부담 없이 바깥의 공기를 맡을 수 있었다. 밥을 소량만 먹고, 가끔은 우리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마음이 풀어질 땐 침대를 모두 차지하고 드러누운 너를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피로와 걱정이 씻겨 내려가곤 했다.
너는 큰 수술을 했다. 어떤 변수가 끼어들어 무언가 잘못된다면 너를 영영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문장을 잘 이해했다는 뜻으로 사인을 하면서 나는 펑펑 울었더랬다. 흐린 눈을 하고 보던 죽음이 순식간에 다가와 차가운 입김을 뿜을 때, 나는 차갑게 식기는커녕 되려 몸에 열이 올라 어쩔 줄 몰랐다. 몸에 잔뜩 들어찬 고름을 꺼내는 수술을 감사하게도 너는 잘 이겨냈고, 아주 작은 배를 갈랐던 자국을 품에 안고 나에게 돌아왔다.
큰 수술을 지냈으니 아프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더 크게 아프지 않고, 이렇게 내 옆에 있다가 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너는 또 한 번 병원의 신세를 지고 있다. 작은 팔뚝에 커다란 바늘이 꽂히고, 몇 시간 동안 수액을 맞는다. 분홍색 가루가 든 약을 주사기로 입에 넣어주어야 한다. 나는 기꺼이 그 일을 하고, 너의 엉덩이에 다리를 대고 앉아 너를 바라본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나의 강아지가 결국엔 곤히 잠들 때까지 나는 너를 바라본다.
내가 너보다 더 살아야 하는 이유에 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말도 안 되는 바람인 것을 알아서 매번 중얼거렸던 말이 있다. '네가 나 죽기 하루 전에 죽었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아프지 않고 지내고, 조금만 더 건강하게 지내다가, 정말 별 볼 일 없는 생이어도 너랑 나랑 둘이 그렇게 있다가 하루 차이로 딱 떨어져 있다가, 다시 하루차이로 딱 만나서 또 지겨운 생을 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가끔은 막막해 너를 만난 것을 후회하다가도, 앞으로 다가올 슬픔보다 너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에서 왔던 행복과 편안함과 안온함이 더 진하다는 것을 알고 후회를 멈춘다.
속을 알 수 없는 너의 까만 눈동자를 보면서 나는 쉼 없이 말한다. 내가 지켜줄게, 내가 평생 같이 있을게, 네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너와 눈을 마주할게, 절대 놓치지 않을게, 나는 겁을 내지 않을게, 아주 조금만 슬퍼할게, 네가 가고 나면 많이 슬퍼할게. 나는 너보다 더 살아야 한다. 네가 가는 순간 절대 외롭지 않게, 겁내지 않을 수 있게, 나는 너보다 더 살아내며 너를 잘 보내주고 너를 기억할 것이다.
나는 무너져선 안된다. 나는 너의 세상이니까. 나를 기다리고 있을 너를 나도 기다린다. 너를 기다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너는 평생 나를 기다렸을 테니. 이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