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4일
세상에서 내가 제일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길을 나서면 나보다 더 먼저 나와서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매일 늦게 일어나던 나는, 이제 겨우 몇 번 좀 일찍 일어나 봤다고 허세를 부린다. 잠시 의기소침해버린 마음을 버리고 다시 뻔뻔한 마음으로 돌아가 본다.
원래 늦게 일어나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거의 새벽 3-4시 정도에 잠에 들고 오후 1-2시에 일어나는 것을 주로 했다. 아침에 일을 해야 하면, 아침에 일을 한 다음에 1시부터 2시의 점심시간까지는 잠을 택하는 편이었다. 잠이 많나, 하면은 꼭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그랬다. 그냥 게을렀던 것이라고 하자.
며칠 전부터, 아니 몇 주 전부터 나는 조금씩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잠에 드는 시간이 오후 11시 정도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늦잠을 자기 일쑤였는데 요즘엔 맞춰놓은 알람을 멀뚱멀뚱 눈을 뜬 채로 꺼버리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알람보다 일찍 일어난다는 뜻이다. 남들이 늦었다고 할 수 있는 오전 7-8시지만, '내가 눈을 뜨는 순간부터 아침이야'라며 뒤죽박죽 엉망이 된 생활 패턴에서 살았던 나를 생각하면 참으로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희한하다. 꼭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 일부러 알람을 아침에 맞춰놓은 것도 아닌데 요즘의 나는 알람 소리를 듣지 않고도 주변 사람들의 움직이는 소리에 눈을 뜨곤 했다.
나보다 더 먼저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내는 소음은 제각각이다. 신발을 신는 소리, 기침하는 소리, 계단을 뛰어내려 가는 소리, 공동현관문을 여닫는 소리, 주인이 없는 집에서 홀로 짖는 개의 소리……. 나는 재택근무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나서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요즘은 모두가 바쁠 때 살짝 나가 덩달아 같이 걸어보며 마치 엄청 바쁜 사람이 된 것처럼 즐거워하고 있다. 기껏해야 아파트 단지를 도는 것이지만, 수많은 냄새를 맡고 수많은 상상을 하고 돌아온다.
칙칙, 바쁘게 돌아가는 밥솥의 소리는 어딜 가나 들린다. 요즘엔 전자제품이 많이 발달해서 칙칙, 소리가 나며 돌아가는 밥솥은 흔하지 않을 텐데. 우리 동네의 주공아파트 사이사이엔 칙칙, 칙칙, 기차 한 대가 지나가는 것 같다. 그 사이로 걸어가자면 이번엔 반찬이나 국의 냄새가 달달하게 풍긴다. 냄비에 담긴 음식들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것을 끓이고, 다지며, 뭔가를 만드는 모든 행위의 소리가 내 귀를 자극한다. 모두가 할 일이 있고, 모두는 부지런하다. 세상에는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이 많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니, 다르다. 딱히 뭔가를 하는 것은 없지만, 오후에 하려고 했던 일을 당겨와 함으로써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머리가 조금 맑아진 느낌과 동시에 몽롱한 기분을 느끼며 오늘도 배운다. 다양한 것을 배운다. 삶은 쓰인 대로만 정형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저 걸으면서 배운다. 일반쓰레기통과 분리수거를 각각 동마다 맡아 정리하는 경비원 할아버지들께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들은 방금 일어나 비몽사몽인 나하고는 다르게 활기차다. 활기찬 인사를 받으니 굽었던 등이 약간은 펴지는 기분이다.
'남들처럼만 하자', 진짜 뭐 안되더라도, 정 안 되겠으면 '남들 하는 것만큼만 하자'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목표는 대단해지는 것이었고, 특별해지는 것이었는데 일단 그것을 뛰어넘으려면 남들만큼은 해야 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 힘들게 나를 조일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오늘 오전 7시 30분에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배우는 것이 아주 많다, 아침에 일어나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것들. 요즘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본다고 살짝 감상에 취해있는 것 같지만, 지금 나는 정말 절실하게 외치는 중이다. 나보다 부지런한 이들이 많다. 내가 제일 게으르다. 그러니까 일어나자! 일어나서 뭔가 하자!
아니, 앉아야지. 내가 할 일은 앉아서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 해보자, 뭐 그런 것이다. 처음엔 남들만큼만, 다음엔 남들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