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내내 잠을 자지 못했다. 여러 생각이 나를 지배했기 때문에, 아무리 수면유도제를 먹어도 세 시간 정도 자고 난 다음부터는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거의 다시 잠에 들기가 어려워진다. 생각에 생각이 겹쳐 무거운 솜이불처럼 나를 누르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내가 잠이 들면 좋은 점을 생각하며, 끝까지 나를 설득한다. 자야 해, 자야 해. 이때 내가 생각하는 '잠이 들면 좋은 점'은, 내일 일어나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일이 오면, 해가 뜨면, 가게가 문을 열고, 카페가 문을 열고, 사람들이 돌아다니면, 나도 돌아다닐 수 있고 나도 카페에 갈 수 있으니까, 거기서 책을 읽던, 아니면 글을 쓰던 뭐든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나를 달랜다. 나를 달래고, 달랬지만, 어제는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문득, 머리카락을 잘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미용실에 가서! 나는 사실, 단골 미용실이 없고 그냥 되는대로, 눈에 보이는 곳에 방문하기 마련이다. 새벽의 나는 미용실을 찾아보았다. 제일 가까운 곳, 그리고 제일 일찍 문을 여는 곳. 남성 전문이라고 적혀 있는 곳을 찾았는데, 사실 나는 다시 짧은 머리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에 여기로 가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잠들었고, 머리를 자르겠다는 목표 하나를 가지고 아침에 일어나 움직이고, 씻고, 얼굴에 뭐를 좀 바른 다음에 바로 미용실로 향했다.
내 앞에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다들 짧은 머리라 그런지 금방 끝이 났다. 내 차례가 왔고, 나는 내가 언젠가 한 적이 있는, 머리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때 막 첫 출판을 앞둔 시기였고, 첫 출판 인터뷰에 넣을 인터뷰 사진을 찍기 위해 머리를 다듬었더랬다. 그때 머리가 참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지금 브런치 프로필 사진의 머리다), 나는 다시 그 머리에 도전했고, 도전은 마음에 쏙 들었다. 훨씬 깔끔하고 좋았다. 특히나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잘려 나가는 순간에 쾌감을 느꼈다. 이 맛에 머리를 자르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머리카락을 좀 더 길러보려 했지만, 나는 마음먹은 일을 해내고야 말기 때문에(꼭 이런 곳에서만 고집을 부린다), 머리를 잘랐고 결과는……, 내가 기분이 좋으면 됐다!
요즘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 내가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느낀다는 뜻인데. '거절에 익숙하지 못한' 탓인 것 같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더라도 나는 여러 거절을 당하곤 하는데, 운전면허가 없다거나, 성별이 남자가 아니라거나(갈라 치기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과 그들이 원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다양했다. 그러나, 그런 거절의 문자는 오지 않는다. 나는 시종일관 기다리며 어떤 선택의 순간이 빨리 오길 바란다. 그러나, 기다리다, 기다리다,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글을 쓰기 전에는 배우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오디션을 많이 봤지만, 거의 다 떨어졌다. '이런이런 이유 때문에 저희 영화와 맞지 않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차라리 그런 문자라도 받았으면 더 기다리지 않고, 나를 가꾸는데 더 에너지를 많이 쏟았을 텐데, 참 아쉽다.
원고도 마찬가지다. 나는 공모전에만 붙으면 원고 청탁도 많이 들어오고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거라 믿었다. 물론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뒤로는 잠잠하다. 그렇게 애타게 원하던 공모전 수상이 나에게 이런 우울을 안겨줄 줄은 전혀 몰랐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끊임없이 공모전에 도전 중이고, 여전히 소식이 없고, 그래서 가끔 새벽에 내가 쓴 원고들은 그 문장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그건 지금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슬퍼한다.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소리가 절대 아니다. 나는 그냥 되는대로 쓰는 편이고, 그것을 마음에 들어 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머리카락을 잘라서 우울감이 조금 덜어졌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굴레에는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조금 더 거절에 익숙해져야겠다. 무응답에 익숙해져야겠다. 나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고심해 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