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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들 Aug 07. 2024

팀장님, 오늘 점심 뭐 드실래요?

라고 막내가 말했다.


오늘아침 한 시간 거리를 달려 내 자리에 털썩 앉자마자 pc를 켜고, 모니터시계가 9시를 정확히 가리킨다. 컴퓨터 시계는 1분 빠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무실에 골인한 샘이다. 메신저 비번을 누르고 가방에서 따뜻한 계란 두 알을 꺼냈다. 50분은 더 잘 수 있는데 구운 계란 가져오느라 부지런한 아침을 보냈다. 두 알이니까 단백질 14g, 나머지는 저녁때 단백질 셰이크로 보충하면 된다. 나는 어제부터 단백질에 진심인 사람이 되었다. 살기 위에 운동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10시 35분 저 팀은 무슨 문제가 있어 저렇게 모여있나. 말도 없이 종이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 뭔 일인지 팀원이 다 같이 모여서 뭘 보고 있는 거야, 아무튼 심각한 것 같다. 뭐야? 뭔 일이야? 오지라퍼는 모여있는 팀으로 가서 동향을 살폈는데 고민될만한 일임에는 틀림없는 주제였다. 동그랗게 모여서 보고 있는 것의 정체는 바로 배달음식 메뉴판이다. 회의만큼이나 집중해야 하는 일이었다. 열심히 일을 했든 여유 부리며 있었든 간에 점심시간은 모두에게 온다.






팀장님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다른 팀의 막내가 그의 팀장에게 묻는다. 질문하고 답을 듣기까지 공백이 보통 15초가 넘는다. 어떤 결정이든 오래 걸리는 유형이다. '가고 싶은데 가'라고 말하면서 '아, 오늘 콩국수 먹을까? 싫으면 딴 데 가고, 가고 싶은데 정해' 얘네 팀은 늘 이런 식이다. 이런 걸 패러디한 영상도 있던데. 점심메뉴에 답정너는 너무한 거 아니냐고요. 용납이 안된다. 우리 팀은 어떤가. 가끔 식당을 먼저 얘기하지만 묻지 말고 정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난 자유다.


과장님 모시는 날 수요일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라 하루 쉬고 목요일에 출근. 휴일 다음날은 출근길이 더 무겁다. 금요일을 앞두고 나름 가볍게 출근할 수 있는 목요일이지만 하루 쉬고 나왔더니 왠지 월요일 같다. 공복의 배를 달래며 꾸역꾸역 일하면서 점심시간만을 기다린다. 오늘 뭐 먹지? 날 더우니까 백반 배달! 오케이. 간단히 점심메뉴를 정하고 탁자에 신문지를 깔아놓는다. 시켜 먹는 날은 과장님 책상 앞 회의 테이블이 식탁이 된다. 11:58분이 되자 자동문을 뚫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식사 왔어요"

철가방에서 반찬을 꺼내고 랩으로 돌돌 말린 숟가락을 꺼내는 동안 12시가 됐고 과장님은 나가셨다. 우리는 나물 몇 가지와 어묵볶음, 고등어조림을 돌아가며 입에 넣고 오물오물거리며 스몰톡을 한다. 와이프가 야근해서 독박육아하는 이야기, 휴양시설 추첨했는데 아쉽게 떨어진 이야기, 어제 야구경기가 30대 6으로 져서 화났던 등등, 담소하나 반찬하나에 식사시간은 15분을 넘기지 않고 깔끔히 끝났다. 30분쯤이 되면 나가서 먹고 들어오는 직원들이 여름냄새를 풍기며 들어온다.

 " 덥다 더워, 사무실이 천국이네"

점심시간, 남은 45분은 이제 개인 몫이다. 유튜브를 보면서 커피를 내리고, 장바구니에 담아놨던 옷들을 결제하고, 내일이 금요일인걸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무실은 산뜻하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과장님이 들어오셨다. 이상하게 본 다른 팀직원이 물었다.

"오늘 그쪽팀이 모시는 날 아니야?"

일주일에 한 번 요일을 정해 과장님과 점심을 먹는다. 우리 팀이 모시는 날은 목요일이다. 대참사다.

과장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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