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인데..."
"김서윤 씨, 그거 아직도 못 했어요? 지금 입사 몇 년 차인데 아직도 이따구로 일하는 거야? 어?"
팀장의 목소리는 전체 사무실에 울렸다.
서윤은 모니터를 바라본 채 말했다.
"어제 말씀해 주신 부분 반영해서 정리 중이었어요."
"어제?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팀장의 말에 주변 동료들은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는 키보드 소리를 일부러 더 크게 냈고.
또 누군가는 키득키득 웃기도 했고.
다른 누군가는 조용히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몇 년째인데 아직도 혼나?.."
"그러게 저 정도면 월급 루팡 아니야?"
"한심하다 한심해..."
그런 수군거림과 비난이 서윤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점심시간,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
퇴근 후 회사 회식.
"회식비는 김서윤 씨 카드로 끊어, 나중에 줄게."
어김없이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팀장은 건배사를 시켰고, 그녀는 굳은 얼굴로 일어섰다.
쌓여가는 회식비 정산.
자리로 돌아온 서윤에게 부장이 말했다.
"아니 서윤 씨 뭐 해? 고기가 타잖아..."
"네 죄송합니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느새 고기 굽기는 서윤의 담당이 되어버렸다.
소주도 한잔 제대로 들이켜지 못하고 고기만 굽는 자신의 모습이 서글펐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연기 때문인지 현실 때문인지 모를 그런 눈물이.
***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얼큰하게 취한 서윤은 소주 한 병과 작은 케이크 하나를 샀다.
조용한 방, 불도 켜지지 않은 책상 앞.
서윤이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내 생일인데..."
그녀는 소주 한잔을 들이켜고 케이크를 뜨다 울음이 터졌다.
"아무도 몰라... 아니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거겠지..."
그렇게 한참 케이크를 바라보던 서윤.
한쪽 구석의 서랍을 열고 약통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모아논 알약을 소주와 함께 삼켰다.
목이 타올랐고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의식은 흐려졌고 잠시 후 완전히 꺼져버렸다.
***
혼밥집에 문이 열렸다.
백여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은 씨, 손님 왔네요."
하은은 손님을 바라보다가 잠시 숨을 멈췄다.
회색 셔츠, 무표정한 얼굴.
목에는 회사 ID 카드가 걸려 있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드릴까요?"
그녀는 입술을 한 번 꾹 눌렀다.
눈을 내리깔고 눈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북엇국 되나요?"
하은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덧붙였다.
"계란도 풀어서... 두부도 있으면... 부탁드릴게요."
그 말을 하고 나서야 숨을 내쉬듯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자신의 손목을 쳐다보는 서윤이었다.
"이상하지 않아요? 아까부터 손목엔 시계도 없는데 계속 시간을 보는 것 같아요."
하은이 속삭였다.
백여운은 냄비를 꺼내며 대답했다.
"시간이 없었겠지... 살아있는 동안 온전히 자신에게 쓴 시간이 없었던 거야."
봉돌이가 주방 문 앞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손님 쪽을 향해 조용히 걷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곤 조용히 말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네예... 외로운 사람입니더."
"봉돌이도 알았네."
백여운이 말했다.
백여운은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북어를 볶기 시작했다.
치익 소리가 나며 구수한 향이 퍼졌다.
백여운은 육수를 넣고 팔팔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끓는 북엇국에 두부를 조심스럽게 썰어 넣고 계란을 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를 송송송 썰어 넣었다.
그리고 넘치지 않게 바글바글 끓였다.
국의 간을 본 백여운이 말했다.
"답답했던 속이 좀 풀렸으면 좋겠네..."
국이 나갔다.
김이 피어오르고 계란과 두부가 잠긴 국물.
서윤이 천천히 수저를 들었다.
숟가락이 입에 닿을 때, 하은은 숨을 삼켰다.
그녀는 표정에서 만족이 느껴졌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하은에게 서윤이 말했다.
"제 생일이었어요... 어제가..."
그 말에 하은은 놀랐지만 이내 그녀에게 말했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서윤은 미소를 지었다.
"여기 오길 잘한 것 같아요."
하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얼마나 힘들었기에 이 혼밥집에 온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하는 걸까?
하은은 대답대신 따듯한 차 한잔을 서윤에게 가져다주었다.
북엇국을 천천히 먹는 서윤.
잠시 후 다 먹은 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속이 좀 풀리는 국이었어요."
그녀의 말에 백여운도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인사를 마친 서윤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혼밥집을 떠났다.
하은은 조용히 식탁을 치우며 말했다.
"사장님. 그분 생일이라고 그랬죠?"
"네,,,"
"근데 생일에 그렇게 외로워도 되는 걸까요?"
백여운이 천천히 대답했다.
"그래도 마지막 한 끼가 좋은 선물이길 바랄 뿐이죠."
백여운의 말에 하은이 말했다.
"적어도 우리는 그녀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