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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Mar 14. 2024

백색월광(白色月光, 2020)

방영 횟수:12회

감독: 紫劉微

여주: 송지아(宋佳, 張一역), 료민타오(劉敏濤, 내연녀 역)

남주: 위언타이(喻恩泰張鑫역)


  이 드라마는 행복한 결혼생활인 줄 알았다가, 어느 날 남편의 외도를 직감하고 내연녀를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여자의 시선으로 전개한다. 


  남주와 여주는 모두 건축 설계사로 일했는데, 아이가 태어나자 남주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며 남자 주부로 살아가고, 아내는 계속 직장여성으로 살아간다. 겉으로 보기에 여주의 삶은, 남편이 자진해서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해줘서, 직장에서 맘껏 능력을 발휘하며 살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남편에게 날아온 애매한 문자를 시작으로, 직감적으로 남편의 외도를 냄새 맡게 된다. 환상적일 정도로 행복한 자신의 삶이 사실은 남편의 거짓말로 잘 포장되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고통스러워하는데...... 


남자의 외도

  난 개인적으로 주부로 살아가는 남자는 남성적 매력이 없어서 딱히 여성들의 환영을 못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걸 외도하기 좋은 조건으로 다루고 있다. 주부로 살아가는 남자는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쉽게 유치원 선생님이나 딸아이 친구의 엄마와 친해질 수 있어서 바람을 피우자면 주변에 널린 게 대상인 것이다. 


  결혼해보지 않아 뭘 많이 모르는 내 소견으로는, 바람을 피우는 남자들이 원하는 것은 상대 여성의 숭배인 것 같다. 부인이 그 정서적 가치를 제공해 주지 못할 때 그걸 주는 상대와 쉽게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단 말이지.

  이 드라마의 남주도 숭배를 찾아 외도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남주와 여주가 갈등을 겪으면서 나누는 대화를 보면, 남자는 시작부터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지 않았나 싶다. 여자는 대학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성으로 흠모하는 남자가 가득했는데, 남주는 부인이 자기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초라하도록 평범해서 안전한 남자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작은 이미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던 듯.


서스펜스 같은 전개

  이 드라마의 장르는 서스펜스물이 아니다. 그러나, 남편의 내연녀를 찾아가는 과정이 서스펜스(Suspense) 물처럼 아슬아슬 긴장미 넘치게 전개된다. 

  내연녀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가? 여자 조역의 대사에서 그 답을 찾으면 이렇다.  

  "당연히 중요하다. 그 여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도대체 어떤 여자길레, 그로 하여금 나와 가족을 버릴 수 있게 했는지."(2화)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감

  남주는 내연녀로부터는 나약한 여자를 돌봐주는 남자역할을 하면서 심적 만족감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부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내연녀는 남주가 딸아이를 돌보는 자상한 모습을 보고, 자기 아들에게도 좋은 아버지가 되어줄 것 같아 이 남자를 욕망한다. 

  이 드라마의 남주와 내연녀의 사랑은 '우리 어쩔 수 없이 그냥 사랑하게 됐어'가 아니라, '우린 서로가 가진 뭔가가 필요해서 사랑하기로 한다'여서 좀 거부감이 들지만, 나는 모든 외도를 비난의 눈으로 보지는 않는다. 외도도 사랑이잖아? 혼인계약에 묶인 몸으로 계약 상방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사랑해 버린 것이 문제인 것인데......  인간의 본성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가운데, 한 대상만 평생 사랑하며 산다는 것이 더 부자연스럽지 않나?

  결혼을 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내 상황으로서는 너무 쉽게 이 사람이 좋았다가 저 사람이 좋았다가 하더란 말이지. 결혼제도로 묶어 자연스럽게 끌리는 상대를 배척하며 살아야 하는 삶은 좀 지옥스러울 것 같다.

  우리는 결혼 전에는 많은 상대를 만나보고 많은 경험을 해보기를 격려하면서,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사랑의 가능성은 왜 결혼한 배우자에게만 일어나야 하는지. 그게 인간의 본성에 맞기나 한지. 나는 상당 의심스럽다. 


왜 4.0의 평점밖에 안 나온 건지

  한마디로 말하면 '혼인 중 외도 이야기'이지만, 이걸 풀어가는 과정이 정말 매력적이다. 주연이고 조연이고 전부 연기 좀 한다는 연기파 배우들로 구성되어, 연기가 출중한 건 말할 것도 없고, 화면도 아름답고, 스토리도 그만하면 됐는데, 왜 평점이 4.0밖에 안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獨播庫(duboku.net)에서 중드들을 찾아보는데, 여기 평점은 10점이 만점이고, 8점이 넘어가면 뜬 드라마이고, 7점이 넘어가면 그냥 볼만한 드라마다. 4.0이면 상당히 낮다. 이렇게 낮은 평점의 드라마는 아주 드물다. 

  獨播庫에 올라오는 중드들은 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평점이 이렇게 낮은 것은 거르고 1회조차도 클릭해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학원물에, 직장물에, 사극에 좀 지쳐서 뭔가 새로운 것이 보고 싶어 이리저리 찾다가 우연히 클릭해 보고서는 첫회 도입부에서 그냥 매혹되어 순식간에 12회까지 다 봐졌다. 그러니, 상당 재밌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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