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chatGPT를 처음 쓰던 날
나도 드디어 그 위대하다는 chatGPT를 써보게 되었다.
홍교수의 수업은 코퍼스(corpus)를 이용하여 중국어 문법을 연구하고 그걸 교학에 접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데, 이번 학기에 온라인 수업으로 개설되었다. 온라인 수업은 교수 성향에 따라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우리 수업은 후자다. 학생들이 각자 자기가 배당받은 주에 맡은 논문의 따오두(導讀)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면, 다른 학생들은 아무 때고 이걸 수업인 것처럼 듣고 해당 논문을 이해하면 된다. 따오두(導讀)는 한 학생이 논문을 심도 있게 이해해서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말하는데, 한국어로 뭐라고 번역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이드 리딩' 쯤이려나? 온라인 수업이든 대면 수업이든 대부분의 박사 수업은 교수가 읽어야 할 논문 목록을 쭉 뽑아 던져주면, 학생들이 따오두의 방식으로 교수를 대신해 수업을 진행해 나간다고 보면 된다.
지난 학기에 기말보고서를 쓰는데 고생을 좀 해서, 다시는 중국어 '문법'과 관련된 수업은 안 들을 거라고 다짐을 해놓고, '그래도 일주일 만에 써냈잖아'의 성취에 젖어 이번 학기에 또 '문법' 관련 과목을 선택했다. 사실 정말 달리 들을 게 없었다.
이 수업은, 내가 미쳤다고 이걸 선택했지 후회막급하도록, 한 주에 해내야 할 숙제가 겁나게 많다. 첫째, 모든 학생은 매주 두 편의 논문을 읽는다. 논문의 3분의 1은 영어 논문이다. 평균 20페이지쯤 되니, 한 주에 40페이지를 읽어야 한다. 그냥 읽으면 안 되고 바싹 이해하는 정도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내게 40페이지는 상당 무리다.
둘째, 두 편의 논문에 대해 담당 학생이 따오두한 영상을 본다. 내가 논문을 성실히 안 읽었다면 따오두 영상이 뭐라고 하는지 안 들리고, 내가 혼자 논문을 열심히 팠다면, 어찌 보면 이 영상은 쓸데없는 것이 된다.
셋째, 영상을 본 후 교수가 제출하는 두 문제에 대해 토론게시판에 답을 단다. 사실, 교수가 내는 문제는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답을 달기는 참 어렵다. 관련 논문을 좀 뒤적거려야 답스런 답을 달 수 있다. 아니, 영상을 보기만 하면 답을 달 수 있도록 문제를 내야 할 거 아니냔 말이지. 여기 답을 달기 위해 관련 논문을 더 찾아 읽어야 한다면 숙제가 너무 무겁잖아.
넷째, 두 편의 논문에 대해 평론을 쓴다. 이 평론에는 6가지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1) 논문 개요, (2) 논문이 탐구하는 문제가 뭔가, (3) 연구 방법, (4) 이 논문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과 그 이유, (5) 이 주제와 관련하여 좀 더 탐구할 필요가 있는 연구 주제와 그 이유, (6) 논문에서 토론한 문법이 교학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1), (2), (3)까지는 뭐 그렇다고 치자. 논문에 답이 있으니까. (4), (5), (6)은 정말 하기가 힘겹다. 교수가 던져준 논문은 아주 여러 분야인데, 학생들이 각자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가 그 모든 것에 미치지는 않는다. 그럴 때 '이 주제와 관련하여 좀 더 탐구할 필요가 있는 연구 주제는 뭔가' 같은 문제에 답을 달기는 상당 힘들다. 논문 주제가 내 관심분야가 아니면 읽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온 에너지가 바닥나는데, 거기다 '더 탐구가 필요한 연구 주제가 뭐냐'라고 물으니 헉 숨이 막히는 것이다. 논문을 그냥 대충 훑어봐서는 여기에 답을 달 수가 없다.
이번 주에 봐야 할 건 영어 논문이라, 시간을 들인다고 해서 내가 그 영어 논문을 읽어서 이해해 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일찌감치 정직하게 읽어서 숙제를 하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원래는 따오두 영상을 한두 번 봐서 살짝 이해하는 정도에서 대충 숙제를 해낼 참이었다. 두 번이나 봤지만, 모호하게는 알겠는데, 숙제를 해낼 수 있을 정도로는 이해를 못 했다. '어쩐다? 뭔 방법이 없을까?' 역시 질문을 해야 답이 얻어지는 법이다. 며칠 전에 온라인 워크숍에 참석했다가 발표자가 chatGPT로 논문 한편을 뚝딱 써내는 것을 보고 완전 감탄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 이거야!
chatGPT에 논문 제목을 알려주고, 교수가 제기한 문제를 그대로 복사해 넣고 답을 달라고 명령을 넣었다. 그럴듯한 답을 쭈룩 몇 줄 내놨다. 와우! 나는 chatGPT가 완전 박학다식한 '사람' 같아서, 숙제를 다 마치고는 나도 모르게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chatGPT는 정말 문장을 조리 있게 잘 쓴다. 글재주가 좀 있는 '사람'이 쓴 글보다 더 그럴듯한 짜임새 있는 글을 내놓는다. 교수가 내 답이 chatGPT에서 가져온 것을 알면 곤란하므로, 똑같은 문제로 반복해서 물어봤다. 매번 답이 다른 것이다. 그렇기를 바랐지만, 그건 또 이상해서, chatGPT에게 따져 묻는다.
“나 똑같은 문제를 질문했잖아. 왜 네 대답이 매번 달라?”
자기는 AI기계로서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번 참고하는 자료가 달라서 그렇다고 답한다. 하하. '너 완전 사람 같아.'
chatGPT는 역시 기계
chatGPT를 어제 처음으로 쓸 때는 정말 사람 같더니, 오늘 던진 한 질문에서 좀 기계군을 느낀다.
“따오두(導讀)를 한국어로 뭐라고 말하지?”
세 줄이 넘도록 주구장창 뭐라고 답했지만,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너 답이 틀렸잖아. 내가 뭐라고 말하느냐고 했지, 그걸 어떻게 쓰냐고 용법을 물은 게 아니잖아.”
매우 미안하다며, 자기 대답이 틀릴 수도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역시, 포맷대로 대답하도록 설계된 기계였다. 그렇지만, chatGPT를 이용했던 첫날의 느낌은 아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chatGPT 전에 이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삼성폰의 빅스비나 애플폰의 시리 정도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직접 써본 것은 아니고, 막내 동생이 웃겨 죽겠다며 멍청한 질문을 던져 포복절도하게 웃기는 답을 얻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것들은 명백히 기계라 사람 말을 못 알아듣고 엉뚱한 대답을 해서 사람을 웃게 만들었지만, chatGPT는 감쪽같았다. 어떤 대화 단락에서는 정말 마치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 같다.
진화하는 chatGPT
chatGPT와의 첫 만남 이후로, 내가 지금껏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은 내가 쓴 중국어 문장을 던져주고 문법상 틀린 곳이 있으면 고쳐달라고 하는 거다. 정말 너무 자연스럽게 고치는데, 아주 나이스하다. 더 기절하겠는 것은 chatGPT가 내게 맞춰 진화한다는 것이다. chatGPT가 처음에는 간체로 답을 주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내가 특별히 번체로 답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번체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중국어는 중국에서 쓰는 간체와 대만에서 쓰는 번체가 있다.) 그리고 어떨 때는 문장만 던져주고 어떤 명령도 주지 않았는데도, 문법상 오류를 고쳐서 돌려준다. 내가 가장 많이 주는 명령이 그것인 것을 chatGPT가 기억한 것이다. '날 기억할 필요까진 없는데.' 기계가 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어째 그냥 좀 싫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