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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Apr 07. 2024

지진 그거 어떤 느낌인데?

지진 후유증

나도 지진을 겪어보지 않았을 때는 그게 궁금했다. 도대체 지진이 일어나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대만에서 첫 지진을 겪었을 때는 아주 신나기까지 했다.

'어머, 이게 지진이야? 이거, 너무 재미있잖아.'

내가 경험한 첫 지진은 아주 약했다. 침대에 누워 있었을 때, 내가 흔들지도 않았는데 '어라, 침대가 움직이잖아' 이런 정도의 느낌이었다. 물론 기절초풍하게 놀라서 방에서 튀어나와 호들갑을 떨었다. 대만 친구들이 걱정할 것 없다고 안심을 시켜주고 나서, 놀란 가슴이 좀 진정되자 재밌다고 생각했다.

"어머, 나 드디어 지진을 경험했어!"

한 번은 혼자 집에 있을 때, 제법 센 지진이 났다. 물건들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어, 이거 좀 센데? 어떡하지'하며 물건들이 흔들리는 것을 지켜봤다. 어디로 피해야 할지 궁리했지만, 어디도 안전할 것 같지가 않아 멍청히 서있었다. 다행히 지진은 곧 멈췄다.

그날 지진으로 10층에 있는 우리 학과 사무실은 책장이 넘어졌다는 소리를 뒤늦게 들었다. 룸메이트 통통은 그때 마침 골목길을 걷고 있었는데, 어지러워서 자기 몸이 어떻게 된 건가 싶었는데, 간판들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지진이 난 줄을 알았단다.

21년 10월의 어느 날, 상하방향의 지진이 났다. 좌우방향의 지진은 좌우로 흔들리는 게 먼저고 여기저기서 콰광콰광 소리가 난다.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아니고, 건물들이 흔들리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무서운 소리가 난다. 상하방향의 지진은 소리가 먼저였는데, 까강하고 정말 무서운 소리가 났다. 콘크리크 속 철근들이 지진으로 다 끊어지나 싶은 쇳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순간 우리 건물이 무너지고 있는 줄 알았다.

상하방향의 지진을 겪고는, ‘된장, 정말 이 무서운 땅에서 못살겠다, 나 돌아갈래!’의 심정이었다. 거기다가 룸메이트 라이위가 하는 말이, 여진이 처음 것보다 작으려니 싶지만, 어느 해인가는 여진이 가면 갈수록 컸다는 것이다.

'나 겁주지 마!'

석사를 졸업하던 해 겨울에는 그렇게 자주 지진이 일어났다. 크지는 않았지만, 이러다 큰 게 오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빨리 졸업하고 돌아가고 싶었다. 약한 지진이 자주 일어나면 대만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작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야 큰 게 안 일어나. 그러니, 무서워할 거 없어. 차라리 안심이야."

강도 7이 넘었던 며칠 전의 지진은 상하방향의 지진보다 1.5배쯤 더 무서웠다. 지금껏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가스가 자동으로 공급중단 시스템을 가동했다. 저녁에 찬물로 샤워를 하고서야 가스가 자동으로 차단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살고 있는 빌라에 가스 누수 점검을 한 번도 오지 않아서, 난 좀 늘 불안했었는데, 큰 충격이 발생하면 가스가 자동으로 차단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니 안심이 된다.

이렇게 지진을 한번 겪고 나면 그냥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자꾸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화를 하다가 그래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데도 땅이 흔들리는 것 같고, 거울을 보고 칫솔짓을 하는데도 어지럽다. 옛날 룸메이트 스위엔이 했던 말이 걸작이다. 자기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었는데, 자기가 저혈당으로 기절하려고 한다고 느꼈단다.

이번 지진은 내게 후유증을 남겼다. 나는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우리 집 빌라의 바닥 균열을 자세히 보게 되었고, 따안공원으로 운동을 나갈 때 육교 대신 신호등을 기다려 건널목으로 건너게 되었다. 그리고, 발가벗고 샤워를 하다 지진을 만나면 끔찍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후다닥 샤워를 하고 있다.

기억이 옅어지면 괜찮아지겠지? (지금도 의자가 자꾸 흔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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