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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n 30. 2024

할랄식품

    경도의 병실에는 할아버지 두 분과 청년 한 명,  이렇게 넷이 입원해 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시끄럽도록 TV는 틀어진 채다. 고모는 TV를 꺼버리고 싶지만, 심심하게 누워있을지도 모를 할아버지를 생각해서 소음을 참아보기로 한다. 틀어진 TV에서 할랄식품이라는 단어가 들린다.

    "경도, 할랄식품이 뭔지 알아?"

    "뭐? 할라?"

    "아니, 할랄. 하라 밑에 ㄹ받침이 다 있어."

    "몰라."

    "찾아봐, 뭔지. 이거 상식이야."

    경도가 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바로 검색을 한다. 

    "이슬람교도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데? 이슬람교도가 뭐야?"

    "그것도 찾아봐."

    "이슬람교들 믿는 사람이래." 

    "맞아." 경도가 제대로 찾은 것이 맞다고 고모가 확인해 준다. 

    "이슬람은 뭐야?" 

    "종교야. 이슬람이 어떤 종굔지 그것도 찾아봐."

    검색을 하더니, '이슬람은 하느님(알라)을 유일신으로 믿고 무함마드를 신의 사도로 여기는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이다' 어쩌고 하면서 검색된 페이지를 그대로 읽어냈다. 


    "이슬람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안 먹어." 중학교에 올라가면 사회 시험에 자주 나오니까, 고모가 이 기회에 경도 머릿속에 넣어 줄 거라고 일부러 언급했다. 

    "왜?"

    "찾아봐 그것도. 왜 안 먹는지."

    "아냐, 아냐, 그냥 모르고 살래." 경도는 찾아보더니만, 이제 그만 찾겠단다.

    경도 성격에 고모가 막 찾아보라고 압박을 넣는다고 해서 말을 듣지는 않을 것이란 걸 알아서 오늘의 학습은 여기서 그만두고 만다. 이슬람 사람들이 왜 돼지고기를 안 먹는지 궁금했을 법도 한데...... 


     고모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다는 것이 자기 콘셉트랑 안 맞았기 때문일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검색한 걸 읽어 내린 것만으로는 이슬람이 무슨 종교인지 이해를 못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호기심이 일지 않은 것 같다. 

    '고모 씨!, 애가 어디서 막힌 것인지 좀 더 민감하게 파악했어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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