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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n 30. 2024

병원에서 시간을 때우는 방법

    별일 없이 집에서 놀고 있는 고모는 경도가 심심할까 봐, 오늘도 아침과 점심 사이에 경도에게 뭘 좀 먹일 거라고 요리를 해 들고 병문안을 갔다. 

    이곳 입원실은 하루 세 끼의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병실에서 뭘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밥시간이 아닌 때에 컵라면을 끓여 먹거나 하자면 테이블이 마련된 탕비실에 와서 먹어야 한다. 

    탕비실로 나와 가져 온 음식을 꺼내놓을 참인데, 먼저 와 있던 한 젊은이가 컵라면 먹는 것을 좀 기다려야 했다. 젊은이는 경도를 아는지, 자기는 이제 다 먹었으니 잠깐만 기다리면 자리를 비켜주겠다 한다. 그 청년도 경도처럼 휠체어를 탄 채로 움직이기 때문에 행동이 느리다. 


    "저 형이 너 병실에 같이 있는 형이야?" 청년이 나가고 난 후에 고모가 물었다.

    "응." 경도가 답한다.

    "오, 잘생겼는데?" 정말 잘 생겨서라기보단, 한 방에 입원한 형이 경도에게 먹을 것도 나눠주고 이래저래 잘해준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고모는 흰소리를 한번 해보는 것이다. 

    "그렇지?"

    "뭐 하는 사람인데?"

    "축구?" 

    "축구선수처럼은 안 생겼는데?" 

    "아니, 직업이 축구선수인지는 모르겠고. 축구하다가 다쳤다고 하는 것 같았어." 

    "같았어는 뭐야? 그런 건 제대로 물어봐야지. 형아야 뭐 하는 사람이야? 여자 친구는 있어? 부모님은 계셔? 부모님은 뭐 하셔? 하고."

    "부모님이야 당연히 있겠지."

    "아니, 안 당연할 수도 있지."

    "고모, 지금, 저 형 부모님 없으라고 악담하는 거야?"

    "아니, 그렇게 탐색을 해보라고. 그래야 하루가 잘 가지."


    입원실 전체에 경도처럼 어린애가 혼자 입원해 있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경도는 놀 사람이 없어 하루가 심심하다. 애가 낯짝이 두꺼워서 어른하고도 넙죽넙죽 말하는 스타일이면 덜 심심하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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