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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n 16. 2024

코피

    “고모, 경도 코피 나.”

누나 소현이 쪼르르 달려와 알린다. 

    경도는 유난히 코피를 자주 흘린다. 낮에 좀 뛰어놀았다 싶으면 밤에 피곤해서 어김없이 코피를 흘리고, 피곤하지 않은 날은 그냥 심심해서 코딱지를 파다가 코피를 흘리고, 세수를 하며 코를 흥 풀다가도 줄줄 코피를 쏟아 세면대를 피범벅으로 만든다. 처음에는 놀라서 콧등을 손으로 꽉 눌러주네, 얼음으로 지혈을 시킵네하고 야단을 부렸다. 


    경도가 코피를 습관적으로 흘리듯이 이제는 고모도 습관이 되어 콧구멍에 막을 휴지만 돌돌 말아 줄 뿐 달리 긴장하지 않는다. 콧구멍에 휴지를 한 열 번쯤 막았다 뺐다 하면 멈추긴 멈춘다. 


    “고모가 의사까지 해야겠냐? 고모가 코피 한번 치료해 줄 때마다 이백만 원이야.  너거 아빠한테 병원 진료비 갖고 오라 그래.”

    누나 소현의 답이 이러하다. 

    “뭐? 이백 원이라고? 오늘은 경도가 코피 세 번 흘렸으니까 육백 원 주면 되겠네.”


    어릴 때 코피를 자주 흘리는 건 우리 집 유전자가 아닌가 싶다. 경도의 큰고모는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그랬고, 경도의 사촌형도 어려서는 그랬다. 둘 다 이비인후과에서 뭔 시술을 받고서야 시도 때도 없이 코피 나는 것이 멈췄다. 

    고모는 경도가 좀 덜 피곤하게 놀고, 콧구멍 좀 덜 파라고 큰고모와 사촌형 이야기를 해주며 겁을 준다.

    "경도, 코피 자꾸 흘리면 병원 가서 태경이 형아야처럼 코 안에 전기로 찌직하고 지져야 된다?"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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