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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n 02. 2024

무서운 이야기

(이 이야기를 쓰기가 상당 망설여집니다. 누군가의 아픈 곳을 건드리게 될까 봐요.)


    경도는 겁쟁이다. 이걸 어떻게 알고, 그것까지 자기 아빠를 닮았는지.


    고모는 밤이면 애들을 재우기 위해 온갖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날 밤은 딱히 떠오르는 이야기가 없다. 

    "생각나는 게 없어. 오늘은 그냥 자." 고모는 오늘 피곤하고 단호하다.

    "고모, 이야기 하나만 해주면 잘게." 고모가 피곤한 것이 경도도 느껴진다. '딱 하나만'으로 타협을 시작한다.

    "무서운 것 밖에 생각나는 게 없어."

    "무서운 것도 괜찮아." 경도의 대답이다.

    "후회할 텐데?" 딱 하나만 이야기하고 애들을 재울 수만 있다면, 고모는 무서운 거라도 이야기를 할 참이다.

    "고모, 안돼! 경도 겁 많아서." 고모가 이야기를 시작할 참인데, 누나 소현이 동생 걱정을 하며 고모를 말린다.


    에라 모르겠다, 내 애도 아니고. 하나만 이야기해 주면 자겠다고 하지 않나. 그리고 세월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건 진짜 있었던 일이야. 학생들이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어. 그런데 배가 침몰해 버린 거야. 애들이 다 빠져 죽었어......”

    사실 기간제 교사로 일할 때 교감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다. 제자 중에 누가 잠수부로 세월호 작업에 참여하고 와서는 한 이야기란다.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 학생들을 찾아내는 것이 잠수부의 일이었는데,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찾아내어 부모님한테 보내는 것이 잠수부들의 바람이었단다. 침몰한 배는 매우 어두어서 육안으로 뭘 찾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더듬더듬해가면서 찾는 식이었단다. 더듬더듬하다가 사람처럼 느껴지는 물컹한 것을 잡고서는 배 밖으로 끌어내려고 온갖 힘을 썼단다. 그런데 꿈쩍도 안 하더란다. 물속에서는 물 밖보다 가볍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말이다. 아무리 힘을 줘도 꿈적을 안 해서 잠수부가 조용히 시체의 팔을 어루만지면서…….

    “엄마한테 가야지하고 달랬더니 시체가 쓱 끌려 나오더래.”


    “고모, 나 소름 돋았어.” 이것은 소현의 반응이다. 

    “고모, 진짜야?” 이것은 경도의 반응이다. 

    경도는 겁이 유독 많다. 집에 혼자 못 있고, 화장실 문을 꼭 닫아놓고 목욕도 못하고, 깜깜하면 못 잔다. 고모가 너무 겁나는 이야기를 들려줬나?

    “가짜라고 해줄게 편하게 자.”

    경도는 원래 고모에 대한 신뢰가 낮아서 고모가 하는 말을 잘 믿지 않으니, 가짜라고 하면 가짜라고 생각해서 편히 잘 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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