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도가 할머니집 가스레인지 후드를 보고 하는 소리다.
“꿀이야?”
“할머니가 거기다 꿀을 발라놨겠냐?”
“그럼 참기름이야?”
할머니는 가스레인지 후드를 잘 청소하는 편이 아니다. 후드에 기름때가 들러붙었는데, 기름때가 그냥 누렇게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은 것에서 끝이 아니고 기름 고드름이 생길 지경이다. 누런 기름이 방울방울 맺혀 막 떨어질 모양새를 하고 있으니 경도가 그걸 보고 꿀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고모는 경도의 형용에 웃겨 죽는다.
손자는 알 턱이 없다. 할머니는 손주들이 오면 기름때 걱정 따위는 하지 않고 고기며 생선을 바리바리 요리하시기 때문에 누구 집 후드보다 빨리 더러워진다는 것을.
2.
경도는 오늘도 심심하다. 고모가 일하는 부엌으로 와서 서성댄다. 이것저것 집적거려도 본다. 할머니가 먹는 약병에 이른다.
할머니의 약은 새끼손톱만 한 동그란 알갱이 모양인데, 한약 냄새를 푹푹 풍긴다.
경도가 약 병을 열어보고는 그 냄새에 기겁을 하고 얼른 닫는다.
"윀! 판다똥같이 생겼어."
"너, 판다 봤어?"
고모가 태클을 걸어준다, 심심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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