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해 Jun 16. 2024

경도의 비유법

1.    

    경도가 할머니집 가스레인지 후드를 보고 하는 소리다. 

    “꿀이야?”

    “할머니가 거기다 꿀을 발라놨겠냐?”

    “그럼 참기름이야?”

    할머니는 가스레인지 후드를 잘 청소하는 편이 아니다. 후드에 기름때가 들러붙었는데, 기름때가 그냥 누렇게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은 것에서 끝이 아니고 기름 고드름이 생길 지경이다. 누런 기름이 방울방울 맺혀 막 떨어질 모양새를 하고 있으니 경도가 그걸 보고 꿀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고모는 경도의 형용에 웃겨 죽는다. 


    손자는 알 턱이 없다. 할머니는 손주들이 오면 기름때 걱정 따위는 하지 않고 고기며 생선을 바리바리 요리하시기 때문에 누구 집 후드보다 빨리 더러워진다는 것을. 


2.

    경도는 오늘도 심심하다. 고모가 일하는 부엌으로 와서 서성댄다. 이것저것 집적거려도 본다. 할머니가 먹는 약병에 이른다. 

    할머니의 약은 새끼손톱만 한 동그란 알갱이 모양인데, 한약 냄새를 푹푹 풍긴다.

    경도가 약 병을 열어보고는 그 냄새에 기겁을 하고 얼른 닫는다.

    "윀! 판다똥같이 생겼어."

    "너, 판다 봤어?" 

    고모가 태클을 걸어준다, 심심하지 말라고.

토요일 연재
이전 14화 무서운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