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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n 30. 2024

까맣게 탄 것을 먹을 때

    경도 엄마와 아빠는 경도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퇴근하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 바람에 누나 소현은 한동안 큰 고모 집에 와서 저녁을 해결한다. (큰 고모네와 경도네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쪼록 내려오면 큰고모집이다.)

    오늘 큰 고모네는 저녁을 좀 빨리 먹었고, 누나 소현은 학원에서 특별히 늦게 돌아왔다. 소현이 돌아왔을 때는 큰 고모네 가족들이 저녁을 다 먹고 나서 식탁을 막 정리할 때다. 큰 고모는 다시 밥상 차리는 것이 귀찮다. 작은 고모가 저녁을 챙겨 주기로 한다. 그리고 식탁에 이것저것 반찬거리를 꺼낸다.  

    "고모, 나 이거 안 먹어. 이것도 안 먹어." 소현은 이 반찬도 저 반찬도 안 먹는단다. 

    "소현, 뭐 이렇게 안 먹는 게 많아?" 큰고모가 타박을 한다. 

    "그럼 떡갈비는 먹어?" 작은 고모가 물어본다. 

    

    작은 고모는 냉동 떡갈비를 꺼내 프라이팬에 올리고 불을 약하게 올렸다. 냉동 떡갈비는 녹여서 굽으면 제일 좋겠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귀찮으므로 그냥 약한 불에 올려 녹이면서 굽으면 된다. 그리고 학원은 어땠는지, 기말시험 준비는 잘되어 가는지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러느라 깜빡 잊어버렸다! 떡갈비가 좀 타버렸다.

    "아이고, 다 탔잖아! 탄 부분 잘라내. 탄 거 먹으면 암 걸린다. 아님, 다시 구워 주던가." 큰고모가 작은 고모에게 잔소리한다. 

    작은 고모가 보기에는 그냥 바싹하게 익히겠다고 조금 더 구웠을 때의 좀 특별히 찐한 노르스름함이다. 뭐 딱히 잘라낼 것까지는 없지 않나 싶다. 

    "괜찮아. 누가 탄 거 먹는다고 암 걸린데?" 이것은 작은 고모의 주장이다.


    탄 부분이 아래로 가고, 노릇하게 알맞게 익은 면이 위로 오도록 올려서 식탁에 내온다. 

    "고모, 탄 거 그냥 먹어도 돼?" 소현이 큰고모 말을 들은 게 있으니, 작은 고모에게 의심스럽게 묻는다.

    "괜찮아. 먹어. 고모가 암 안 걸리는 방법을 알려줄게." 다시 굽기도 귀찮고, 탄 부분을 잘라내기도 귀찮은 작은 고모가 먹으라고 권한다. 

    "어떻게?" 소현이 묻는다.

    "탄 걸 안 보고 먹으면 암에 안 걸려." 

    한점 의심스럽게 먹더니, 맛이 좋았던지, 소현은 별소리 없이 한 접시를 뚝딱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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