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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Jun 30. 2024

하와이안 컵밥

    “오늘은 뭐야?” 고모가 매일 맛있는 뭔가를 만들어 오니, 오늘 들고 온 것도 분명히 먹을 것이란 걸 알고 경도가 묻는다.  

    “오늘은 컵밥이야. 하와이안 컵밥."

    "하와이 컵밥?"

    "네가 맨날 먹는 건 미국식 컵밥이고, 고모 건 하와이안 컵밥이야.”

    경도는 컵밥을 상당 좋아한다. 경도는 평소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컵라면처럼 담아 파는 인스턴트 컵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간식으로 먹는다. 


    오늘 고모가 해 온 것은 대만 사대 야시장에서 먹어본 하와이 샐러드 비빔밥과 한 채식주의자의 채소 조리법을 응용해서 만든 컵밥이다. 하와이 샐러드 비빔밥은 위에 올라갈 채소 몇 종류, 메인 고기 한 종류, 토핑 할 소스 하나를 골라 주문하는 밥위에 얹어 먹는 샐러드라고 할 수 있겠다. 채소 조리법은 독일 친구 만란으로부터 배운 것인데, 눈에 보이는 모든 채소를 구운 후 올리브오일을 뿌리면 아주 간단히 색깔 예쁜 요리가 된다.  

    고모는 오늘 이 둘을 응용해서 하와이안 컵밥을 창조해 낸다. 잡곡이 든 밥 반, 양상추 반을 바닥에 깐다. 그 위에 소금을 약간 뿌려서 구워낸 각종 채소를 올리브기름, 파슬리 가루, 후추로 간해서 올린다. 오늘은 큰고모의 냉장고에 가지, 고구마, 감자, 양파, 호박, 파프리카가 있었다. 토마토와 오이는 아무 양념 없이 생으로 작게 썰어 올린다. 떡갈비도 하나 구워 올리고 소스를 뿌린다. 그리고 그 위에 마요네즈와 케첩을 뿌린다. 마요네즈와 케첩은 그냥 데코레이션으로 살짝 뿌리는 게 아니고, 아래 깔린 밥과 위에 덮은 채소가 섞여 애들 입맛에 딱 맞는 컵밥 맛이 되도록 충분히 뿌려야 한다. 컵밥은 한마디로 규정하면 마요네즈가 모든 재료를 아우르는 맛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적절한 정도의 마요네즈가 필수다. 


    도시락 뚜껑을 여는데, 경도의 눈빛이 이미 만족스럽다. 역시 음식은 예쁘기도 해야 한다. 

    "어, 이거 좀 마음에 드는데?" 경도가 맘에 들어해 준다. 

    "그렇지?" 고모는 의기양양하다. 

    "이거 어떻게 먹어, 비벼 먹어? 그냥 먹어?" 경도는 이렇게 예쁜 음식을 막 섞어도 되는지 조금 조심스럽다. 

    "네가 먹고 싶은 대로 먹어. 비벼 먹고 싶으면 비벼 먹고, 그냥 먹고 싶으면 그냥 먹고."


    "고모가 하면 다 좀 맛있지? 고모 하와이안 컵밥 장사나 하까? 넌 얼마면 사 먹겠어?" 경도가 한입 먹자마자 고모가 잘난척하며 묻는다.

    "좀 먹어보고 이야기해 주게."

    "올려진 야채 중에 뭐가 제일 맛있어?"

    "다 먹어보고 이야기해 주게."

    유치한 고모는 맛있는 것 좀 해주고 유새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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