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발등에 불

떨어지기 직전이라면 내디뎌! 스텝 원, 투, 쓰리

by 김동주

진짜다.

대학생 때 만들어 둔 여권이 이미 만료된 상태였다.

여권 사진을 찍으러 가야 하는데 바쁘지도 않으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항공권 구매를 앞두고 허겁지겁 신청을 마쳤다.


오랜만에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어찌나 어색하던지.

전문가의 손길에 찍힌 나의 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리얼하게 나와 모아이의 석상과 닮아있어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이 모든 것이 여행의 과정에서 뭔가 깨달음을 주고자 하는 것이겠지..

이를테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는 그런.. 러브유어셀프 같은..


아무튼, 이제껏 잘 먹고 잘 살아왔는지 포동포동한 모아이의 석상 같은 사진을 들고 시청으로 갔다. 이미 시청은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혹은 새로 만들기 위해 모여 바글거리고 있었다.


예전에는 절차가 좀 더 복잡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모든 상황이 끝났고 일주일 뒤 드디어 새로 나온 전자 여권을 받아 들고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실행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비행기 티켓팅부터..'


우리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극악스러운 항공사는 피해 루트를 정했고 결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방콕, 호찌민 순서로 티켓팅을 하게 되었다.


총 5번의 비행기를 타는 루트.


놀라지 마시라. 무려 1인 55만 원 선에서 항공 비용을 컷 할 수 있었다.

55만 원씩 5번이 아니다. 5번에 55만 원.


'대박적'


쾌재를 불렀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70만 원은 넘어야 할 줄 알았는데 엄청나게 세이브한 것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조합해 가며 꼬박 하루라는 시간을 여행 루트를 정하는 것에만 쏟아 이뤄낸 성과였다.

(물론 이건 좀 오버해서 말하는 것이고, 사실은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진 않았다.)


아, 이것이 불과 여행 떠나기 약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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