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운동을 좋아하게 된 3가지 이유
체육시간을 정말 싫어했다. 어릴때부터. 체육시간은 늘 실패의 시간이었다. 왜 단체로 뛰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상태에서 와르르 뭔가 다같이 하는게 재미없었다.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고, 잘하지도 못하고 다 재미없었다.
왜 해야하는지 모르는게 진심일때의 나는 어떻게든 티가 다 났다. 처음 재미를 느낀 운동이 자전거타기였고, 그 다음이 수영이었다. 그래서 헬스나 필라테스처럼 근력운동같은 것들을 내가 재미있어할까 싶었다. 해야하니까 하는 꾸역꾸역 숙제같은게 아닐까.
근데 좋아졌다. 그것도 많이 좋아해서 최근 나의 일상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이 되었다. 내가 운동이란 녀석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3가지였다.
1)무념무상의 몰입상태
아무 생각 없을 수 있다는 것. 일상의 상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탈출구같은 시간이라는 것, 해야할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 상념이 없는데 뭔가에 집중하는 그 감각이 좋았다.
2)한계돌파
평생 어렵고 못할거라고, 나도 모르게 스스로 제한하고 단정지은 것들을 넘어서는 단계가 올때, 안되던 동작이 되거나 천국의 계단을 오래해도 할만한데?라고 느낄 때, 플랭크 신기록 시간을 깼을때_내가 모르는 나의 가능성을 물리적으로 느끼는게 좋았다. (심지어 강사교육까지 제안받은 적이 있었다) 오.. 연습하고 꾸준히 하면 잘할수도 있구나. 어쩌면 운동을 싫어하고 재미없어하는게 아니라, 즐겁게 운동하는 법을 몰랐던 것 같다. 조금씩 더 잘하는 나를 만난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었다.
3)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
온라인 컨텐츠들을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 작업하는 것들에 대해 무형적 감각으로 느끼는 것들이 많다. 조회수, 바이럴 되는 통계 등. 하지만 운동할 때는 모든 것이 물리적 환경에서 마주하는 것들이다. 운동기구, 잘 안쓰이는 근육, 흘리는 땀, 가쁜 호흡_실체가 있고 그 속에서 사라져가는 생각들, 떠오르는 아이디어들, 마주하는 거울속 나, 힘듬 가운데서 견디는 내면의 깊은 우물에서 직면하는 감정들이 있었다.
운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정말, 운동은 진짜 나를 만나게해주는 시간이었다. 그 좋은 기억들과 경험들이 아무도 강제로 가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운동하게 만들었다. 그 시간이 재미있었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는게 좋았다. 참 정직한 녀석이었다, 운동은.
(다음편에 계속...)

+ 브런치 구독/좋아요는 엄브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얏호!
https://brunch.co.kr/@kimeunho/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