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사진전
근현대 사진전은 내 취향이다. 사진의 오리지널리티가 지금보다 확실한 존재감을 떨치던 시절, 시간과 공간을 잡아낸 직사각형 프레임은 상상력을 돋운다. 흑백의 선명함이 인물의 표정을 더 인상깊게 만든다. 로버트 카파, 필립 할스만, 마가렛 부르케 화이트와 같은 유명한 작가들의 사진은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신기한 일이다. 사진은 한장이고, 그 한장을 만드는 건 손가락을 까딱하는 동작일 뿐인데.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를 둘러싼 시공간적 맥락과 작가가 하나가 되어있고, 나도, 순간적으로나마 그 일부가 되어버린 느낌이 든다. 그런 사진 앞에 서면.
전시는 네 가지 주제로 나눠져 있다.
기억해야 할 얼굴 [FACE]
시대의 단상 [TIME]
변화 [CHANGE]
아름다운 시절 [BELLE EPOQUE]
각 주제마다 인상깊게 본 사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3. 변화 [CHANGE]
1968년 10월 19일 맥시코시티 하계 올림픽 200미터 육상경기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미국 육상선수 토미 스미스(중앙)와 존 카를로스(오른쪽)가 시상대에 올라 검은 장갑을 끼고 흑인 차별에 항거하는 블랙 파워 거수를 하고 있다 [ LIFE 사진 설명 ]
이 사진에는 숨겨진 비화가 몇 개 더 있다. 일단 사진의 손을 보면 스미스와 카를로스가 서로 다른 주먹을 치켜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둘 다 검은 장갑을 끼고 거수를 하려 했으나 카를로스가 장갑을 깜박하고 두고와서 스미스의 왼쪽 장갑을 나눠꼈다. 장갑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신발을 벗고 검은 양말만을 신고 달려서 200m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검은 양말은 흑인들의 빈곤을 상징하고자 한 것이었다. 스미스는 검은 스카프를 휘감았는데, 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주기 원해서였다. 카를로스는 트랙수트를 다 풀어헤쳤는데, 이는 블루칼라 노동자와의 연대감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작가는 John Dominis.
이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어.. 문득 헝거게임시리즈의 이 장면이 떠올라서 집에 가서 동생과 급 헝거게임 3탄까지 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찾아보니 헝거게임의 많은 모티브가 현실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Black power salute와 비슷함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있다(!) 그러나 원작에서 세손가락을 이용한 이 인사는 "잘가, 존경한다, 널 그리워할거야"라는 의미라고 적고있다고 한다. 의미 확장하지 말라며 영어 인터넷에서 꽤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