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가 전해준 삶의 대사

sbs 드라마 우리 영화

by 현루
우리 영화 본방 사진 컷

드라마를 잘 보지 않게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느새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드라마 본방 사수’라는 말은 사라져 버렸고, 저녁 시간엔

그저 조용한 음악, 혹은 브런치스토리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쓰며 위안이 되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어느 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멈추게 된 그 장면 하나가 있었습니다.

낯선 두 인물의 대화였고, 그중 한 사람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로 나왔습니다.

그가 말하길, “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주세요.” …그 말이 가슴 어딘가를 울렸습니다.

SBS 드라마 《우리 영화》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드라마는 영화감독과 시한부 환자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설정만 놓고 보자면 극적인 상상력의 산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차곡차곡 전개될수록,

저는 화면 속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보다도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생과 사 사이에 걸터앉은 한 인간의 고요한 담담함, 그리고 그 고요를 하나하나 필름에 담아내려는 감독의 진심. 이 모든 것이 마치 오래된

필름카메라의 셔터음처럼 마음을 조용히 두드렸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요.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장면들을 지나갑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그 장면들 속에서 '내 삶이 어떤 이야기인지'

자각하지 못한 채 흘러가기도 하지요.

드라마 《우리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단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마지막 페이지'를 어떻게 써 내려갈 것인가에 대해 조심스럽게 묻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그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고, 어떤 이는 잔잔한 울림 속에서 삶을 돌아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한 회,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일렁였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영화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은 그 장면 하나하나가 우리의 삶을 증명해 주는 ‘컷’이 된다는 것. 그 메시지가 유난히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드라마 속 시한부 주인공은 생의 끝을 향해 가는 사람임에도, 결코 허무하거나 비극적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누군가와의 관계를 다시 정리합니다.

그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삶의 중심에는 ‘죽음’이 아니라 ‘살아 있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죽음을 의식할 때, 비로소 가장 깊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영화》를 보면서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 것은,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보다도 그 사이사이의 ‘침묵’이었습니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 눈빛 하나로

마음을 전하는 장면들 속에서 진짜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이 드라마는 시끄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 담긴 사유는 묵직했습니다. 마치 우리에게 “너의 삶은 어떤 이야기였느냐”고 묻는 듯했습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완벽한 삶’, ‘성공한 삶’을 목표로 삽니다.

영화감독은 대중이 좋아할 만한 각본을 고민하고, 사람들은 SNS에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사진을 올립니다.

그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들,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장면들을 놓치고 살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영화》는 말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평범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하루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 전체를 바꿔놓을 만큼 소중한 장면일 수 있다고요.

제가 이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화려한 영상미도 아니고, 빠른 전개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 드라마가 내 안의 무언가를 ‘멈추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멈춰 서서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를 되묻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면에서 카메라 렌즈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감독의 눈빛을 보며, 저 역시 제 삶의 렌즈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내 삶도 누군가에겐 한 편의 영화일 수 있겠다.'는 마음. 그 마음은 잔잔하게 제 하루를 적셨습니다.

삶은 연출되지 않습니다. 대본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는 날마다, 순간마다 '컷'을 쌓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누군가는 그 장면을 기억해 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삶의 ‘관객’이자 ‘주연’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영화》는 그래서 더욱 특별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단지 한 사람의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여러분도, 아마 자신만의 영화 한 편을 만들고 계실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끝을 향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피어나는 장면들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삶의 잔잔한 아름다움은, 본방사수한 어느 저녁의 드라마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득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 마치, 한 편의 좋은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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