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단어가 나를 붙잡았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서 다시 만난 삶의 화두

by 현루



처음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그전까지는 개인 블로그에 틈틈이 글을 써왔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스스로의 마음을 정리하고 다독이기 위한 목적이 더 컸지요. 그러다 어느 날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안에서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작가 신청이 필요하다는 점에 살짝 망설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작가 승인이 반려되는 경우도 많고, 까다롭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 반, 설렘 반으로 신청을 했고, 뜻밖에도 단번에 승인이 났습니다.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꼭 누군가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준 것 같은, 조용한 응원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글쓰기에 더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글감에 대해 생각하고,

틈만 나면 메모를 했습니다.

어떤 날은 생각보다 글이 술술 풀렸고, 어떤 날은 한 문단을 쓰는 데에도 몇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힘들다거나 지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글을 쓰는 시간이 저를 치유하고 있다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이후, 삶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무언가를 ‘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그때 끌리는 주제로 쓸 게 아니라,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꾸준히 써보면 어떨까?’



이 물음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오랜 시간 붙들고 글을 쓴다는 건, 단순한 흥미 이상의 몰입과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안에 유독 오랫동안 머물렀던 단어가 있었습니다.


‘인연’


살아오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고 또 끊었습니다. 어떤 인연은 따뜻했고, 어떤 인연은 날카로웠습니다. 어떤 인연은 내 삶을 바꾸었고, 어떤 인연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처럼 스쳐갔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허투루 흘러간 인연은 없었습니다.

그 인연들은 모두, 지금의 저를 구성하는 조각들이었으니까요.

‘인연’은 흔히 쓰이는 단어이면서도 참 어려운 말입니다.
좋은 인연, 악연, 끊어진 인연, 운명적인 인연, 후회스러운 인연…
그 많은 인연의 결이 삶을 이룹니다.
한 사람을 알게 된다는 건 우주의 기적과도 같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주제를 붙들고 글을 쓰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인연을 쓰는 일일 테지요.

그래서 저는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발행 중인 브런치북들을 조속히

마무리 (오늘 시집을 조기 종료)하고

‘인연’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매주 세 편, 월요일·수요일·금요일에 원고지 분량 25매 내외의 글을 꾸준히 써보기로요.

어느 정도 구상과 기획이 진행 중입니다.

인연이란 주제에 한주씩 소제목을 정해 3화가

연결된 글로 발행하려 합니다

초고도 작성해서 검토도 해보았습니다.

어떤 이는 말했습니다. “매일 쓰는 것이 가장 큰 실력이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아마추어 작가지만 계속 글을 써왔고,

글이란 결국 자신을 마주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이번엔 좀 더 단단한 마음으로,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가보려 합니다.


3년간, 총 450화.


이 숫자는 저에게 두려움이기도 하고 동시에 설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3년’이라는 시간 안에 제가 마주할

수많은 인연의 얼굴들, 그 안에서 피어날 수많은 사유들을 생각하면, 이 여정이 결코 지루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인연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과의 인연, 시간과의 인연, 글과의 인연, 공간과의 인연, 자신과의 인연.
저는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 보려 합니다.

그리고 매 편 마지막에는, 독자에게 질문 하나를 남겨 보려 합니다. 이 글이 ‘혼자 하는 사유’에서 끝나지 않고, ‘함께하는 사유’가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합니다. 인연은 하늘이 내린다, 운명이다.
하지만 저는 생각합니다. 인연은 결국 ‘선택’입니다.
그 사람을, 그 자리를, 그 기억을 내가 계속 품기로 선택할 때, 인연은 지속됩니다.
그리고 글쓰기 역시 그 연장의 선택입니다.
지워버릴 수도 있었던 이야기들을, 붙잡고 꺼내고 다시 꿰매는 작업. 그게 바로 글쓰기를 통한 인연의 복원 아닐까요?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삶과 맞닿는 순간, 그 글은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인연을 주제로 한 이 긴 여정이 얼마나 거창한 성과를 낳을지, 저로선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시도 자체가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 아닙니다.
이해받고 싶은 사람도 아닙니다.
단지, 쓰는 일을 통해 제 마음을 다지고, 그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기를 바랄 뿐입니다.

인연이라는 말 앞에서, 우리는 모두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만남엔 이유가 있고, 모든 이별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 우리가 붙들고 가야 할 삶의 진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브런치스토리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생각을 쓰게 하는 힘’이고,
‘그 쓰기를 계속하게 하는 연료’입니다.
이 인연 또한, 참 고맙고 소중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
이미 우리 사이엔 어떤 작은 인연이 싹텄음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연 표지 사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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