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킴 starkim Mar 30. 2018

부모의 시기, 청춘(靑春)

말만 들어도 떨리는 단어 청춘. 하지만 많은 예비 부모는 걱정한다. 부모가 되는 순간 그들의 청춘은 끝일 거라고, 그들의 인생이 전부 사라질 거라고. 과연 부모가 되는 순간 우리의 청춘은 끝나는 것일까? ‘청춘’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다.

 

청춘 靑春

1. 만물萬物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2. ①십 대 후반後半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人生의 젊은 나이.

3. ②또는, 그 시절時節.


난 10대~20대라는 범위 규정에 놀랐다. 청춘에도, 젊은 나이에도 범위가 있던가? 나이라는 건 원래 상대적이지 않은가? 20대여도 40~50대의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이 있고, 60대여도 10대의 호기심을 즐기며 사는 사람이 있는데? 믿기 어려운 정의였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과연 부모가 되는 순간
우리의 청춘은 끝나는 것일까?





언제까지나 청춘이고 싶은, 청춘일 것이라 믿는 지금의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혼자 살아온, 나만 바라본 그 시절에도 충분히 잘 살았지만, 아내를 만나고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윤슬이를 만나 또다시 태어났다.

매일매일 호기심 가득한 윤슬이의 눈망울. 그런 윤슬이의 눈동자 너머 세상은 나에게도 늘 새롭다. 심지어 어렸을 때 듣던 동요도 새롭고 가사도 새롭다. 주스가 될지, 케첩이 될지 고민하는 토마토라니! ‘찌익, 꿀꺽’을 외치면서 말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 넓어졌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는 임산부들이 보였고, 윤슬이가 태어나니 신생아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임산부들과 신생아를 위한 복지와 시설 등에 관심이 생겼다. 유모차를 고민하다 보니 유모차들에 눈이 가고, 유모차 종류와 기능뿐만 아니라 유모차가 다니기 좋은 길과 울퉁불퉁하거나 계단뿐이어서 유모차를 비롯한 휠체어가 다니기 불편한 길과 장소들이 보였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사회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나만 알던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 내가 모르던 세상을 알아가는 게 신기하고 즐겁다. 윤슬이의 시선을 따라 나 또한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새롭고 신기한 세상이 펼쳐질까? 윤슬이 나이만큼 아빠 나이도 정해진다. 윤슬이가 한 살이니까 내 아빠 나이도 한 살. 난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청춘은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청춘을 보내고, 아이의 청춘을 함께 준비하며 그 시간을 엿본다. 모든 부모의 가슴 뛰는 순간. 그 모든 순간이 바로 청춘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우리에게 청춘은 ‘지금’이다.


 




모든 부모의 가슴 뛰는 순간.
그 모든 순간이 바로 '청춘'이다.




덧붙이는 이야기)

봄에 우리를 찾아와 겨울에 만난 윤슬이, 윤슬이를 기다린 모든 날이 우리에겐 봄날이었다. 변해가는 아내의 몸만큼이나 우리 부부의 마음도 달라지고 있었다. 윤슬이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하며 우리의 마음도 함께 커가고 있었다. 윤슬이를 만날 날이 다가올수록, 새롭게 태어날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마음으로 감사했다. 걱정도 많았지만 설렘이 더 컸기에 버틸 수 있었다.

윤슬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두렵고 떨렸지만, 처음 만난 그 순간의 벅찬 가슴은 마치 우리가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진정되지 않고 뛰었다. 윤슬이를 처음 안았을 때의 두근거림. 너무나도 작고 여린 아이가 부서질까 봐 온몸에 힘을 주고 조심히 안았던 그때. 윤슬이를 안고 병원을 처음 나서는 날, 눈부신 태양이 우릴 비췄다. 그 햇살은 부모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우리를 위한 선물 같았다. 그렇게 우리 삶에 봄날이 찾아왔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싱그럽다. 윤슬이로 인해 우리 부부도 ‘청춘’이란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시절. 아이와 함께라 더 빛나는 날들. 지금이 우리에겐 청춘이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시절.
아이와 함께라 더 빛나는 날들.
지금이 우리에겐 '청춘'이다.








<라테파파> KBS 김한별 아운서 육아대디 성장기


이전 08화 먹이는 일, 그 위대함에 대하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