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열두 번째 글쓰기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하나하나 더듬어 보며 생각해 본다. 어떤 드라마가 떠오르나,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도깨비였다.
16년 겨울에 도깨비를 본 이후, 날씨가 추워지면 나도 모르게 다시 이 드라마를 보고는 했었고, ost도 플리에 넣어놓고 듣고는 했었다.
생각해 보면 이 드라마에 겨울만 나오는 건 아닌데, 왜 겨울이 생각난다고 했을까, 겨울에 이 드라마를 인상 깊게 봐서 그런 걸까?
추운 겨울 어딘가 허전한 마음에 은은한 난로 같은 온기를 전해줘서, 그 온기가 겨울에 잘 어울린다 생각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은탁이가 불행할 수도 있었던 유년시절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모습에서 용기를 얻기도 했고,
점점 무채색이 되어가는 불멸의 인생에서 삶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도깨비의 이야기를 보면서 위로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의 분위기와 흐름에 어울리는 연출과 조연들의 이야기, ost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훌륭한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ost를 제작했던 분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작가와 감독이 스토리와 장면을 알려주며, 어떠어떠한 것이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 주면, 그에 맞게 초안 작업을 해서 들려주고, 이 분위기가 아니다 좀 더 이런 거 다라 하면 그에 맞게 수정하고, 그래도 안 되면 새로 쓰기도 하고, 작가와 감독이 모두 만족한다고 할 때까지, 수십 번, 여러 달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예술에 완성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원하는 것을 찾아가기까지의 지난한 과정 속에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생각하니, 역시 거저 되는 건 없는 것인가, 이 정도의 정성이 여기저기 있으니, 잘 볼 수 있었던 거구나 하고 감사했던 것 같다.
쭈욱 적어보니, 나는 이 드라마가 겨울에 전해주는 온기와 정성을 좋아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