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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a Dec 24. 2024

슬기로운 은퇴생활 - 나잇살


중년의 나잇살.


40대가 넘어가면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건강과 살인데, 그중 단연 1등은 나잇살이다.


일반 사무직 직장인의 경우 워낙 오랜 시간 앉아 있고,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남자나 여자나 배 둘레가 둥실해지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아무리 젊은 날 날씬했던 사람도 50대가 가까워오면 둥실해지더라.


나 역시 나잇살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 생각하며 점점 늘어나는 배둘레햄과, 점점 고무줄 바지로 옷들이 바뀌어 가는 걸 당연시했다.


그런데, 살로만 붙으면 그나마 용서하겠는데, 어딘가 아픈 곳이 하나씩 늘어가고,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들이 생기면서부터 절박함을 느끼고 나잇살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주변인들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이는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

어떤 이는 주사를 맞고,

어떤 이는 지방제거 수술도 하고,

어떤 이는 극한으로 음식을 줄이고,

어떤 이는 약을 복용하고,


방법은 다양했으나 생활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그 비싼 다이어트 비용은 날아가고 요요라는 왠수와 다시 만나게 된다.



얼마 전 진행한 혈당 실험을 하면서 내가 생각한 직장 생활의 나잇살의 주요 주범은 음료수다. 먹는 게 없는 데 살찐다는 사람들 대부분은 뭔가를 자주 마신다.


아침에 출근해서 마시는 직장인들의 마약 커피믹스           

점심 먹고 사람들과 주고받는 음료수 한잔           

오후 3시쯤 지루한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또 한 잔의 커피믹스 또는  달달한 음료수 또는 초콜릿           


직장 생활을 25년 넘게 한 나는 커피믹스 끊는 것이 담배 끊는 것만큼 힘들었다. 하루 3잔 이상 마시던 커피를 한 잔으로 줄여보기도 하고, 아메리카노로 바꿔보기도 하고, 카페인 자체를 끊어보기도 했다.


끊는다 결심하고 작심삼일이 지나 다시 타서 마시는 믹스 커피 한 잔을 보며 욕을 쏟아부으며 마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10번 이상의 도전 끝에 결국 끊었다.


그 후의 변화?




믹스 커피만 끊어도 3kg이 자동 빠진다.

믹스 커피를 끊은 이후로는 큰 물통을 들고 다니며 차를 마신다.


어떤 날은 녹차

어떤 날은 비타민

어떤 날은 국화차




그 외, 생활의 가장 큰 변화는

음료수 대신 차를 마시고, 만보 채우기는 아직까지 진행 중.


걷다 보면 체력이 좋아지고,

걷다 보면 어느 날 마법처럼 뛰고 싶어지는 날이 온다.

만보는 채워야 하는데 시간이 없는 날이 많으니 자동 걸음이 빨라지고, 빨라지다 보니 체력이 좋아져서 뛸 수 있게 된다.


만보 걷기 시작한 지 10년이 흘렀다. 


지금은 아침에 5km를 뛰거나, 천국의 계단을 30분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생활이 몇 년이 지나가니 다행히 나잇살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도 약 오르건 아프거나, 특별 사유로 2,3일 운동 못한 날이 오면 어김없이 3kg이 금방 늘어난다는 거다..


3kg을 빼려면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데, ㅠㅠ 느는 건 순간이다.


중년의 나잇살. 매일매일의 누적의 힘 밖에 믿을 게 없다. 그래서 오늘도 눈 뜨면 물통을 들고나간다.


아우,, 지겨워... 이 살들... 오늘도 뛰어서 없애버려야지!  저리 가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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