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문 앞에 쌓이는 추석 선물 택배 박스가 부럽다

by 오서리

우리 앞집엔 우리 부부보다 약간 더 나이 드신 부부가 사신다. 아마 60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여름과 겨울에 가끔 아들이 보이는 걸 보니 아들은 분명 유학생인 듯하다. 두 부부가 일을 하는지, 아침에 수선스러운 소리가 난 뒤 저녁까지는 늘 조용하다.


앞집은 택배를 많이 시킨다. 아침 일찍 나가는 날에 문 앞을 보면 새벽부터 샐러드와 구운 계란 등 아침식사까지 배달해서 먹는 모양이다. 택배들이 도착하는 오후 3~4시쯤이면 앞집은 각종 택배들로 가득 찼다. 고기, 생선은 물론이고, 건강식품, 비타민도 배달되었고, 각 지에 있는 맛있는 과일들도 택배로 배달되었다. 어느 날은 앞집에서 시켜 먹었던 ‘충주 사과’ 박스를 보고 전화해서 우리도 시켜 먹었었는데 아주 맛이 좋았다.

신랑은 앞집 아줌마가 시키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았다.


추석이 가까워지자 앞집의 택배 박스는 드디어 우리 집 문 앞까지 점령해버렸다. 일반 택배는 아닌 모양이었다. 추석이나 설날에 포장되는 ‘보자기 포장’ 박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박스가 크고 잘 생긴 게 딱 갈비나 굴비 박스처럼 보였다. 택배 박스만 봐도 그 집에서 시킨 건지, 아니면 선물용으로 들어온 건지 알아볼 수 있었다. 앞집은 추석 선물이 쌓이고 있는데 우리 집 앞에는 너무 텅텅 비어 있었다.


부러웠다. 앞집이.


내가 다니던 회사는 극단적 청렴결백을 강조했다. 협력사와 밥 먹을 때는 25,000원 이상 얻어먹으면 안 되었다. 만일 그 이상이 되면 회사 카드를 사용해야 할 만큼 철저했다. 명절 때 협력사에게 단돈 1,000원짜리 한 장 받을 수 없었고, 만일 그런 일이 회사 인사팀이나 감사팀에 보고가 되면 며칠동안 감사받고 바로 퇴사를 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십 원짜리 한 장 남의 것에 탐내지 않으며 살았던 나로서는 별로 불편함이 없었다.


이맘때 친구들 집에 놀러 가면 신랑이 받아왔다는 둥, 아는 업체가 보냈다는 둥 하며 갈비며 굴비, 사과 배 세트를 받는 친구들을 보면 ‘우리 회사는 그런 거 절대 안 돼’라고 하면서도 나도 사람인지라 부러웠었다. 사실 추석이라고 싸구려 햄 한박스도 못받아 오는 신랑과 내가 쓸쓸했다.


신랑이라고 만났어도 그 역시 주변머리는 없는 사람이었다. 김영란법 어쩌고저쩌고 운운하지만 내 생각에는 어디 가서 자기가 돈을 내면 냈지 얻어먹을 사람 축에는 끼지도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추석선물을 받는 것이라고는 우리 부부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집안일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던 어느 날, 신랑한테 혼자 마트 가서 장을 봐달라고 했다. 다년간 같이 연습한 결과 이젠 곧잘 혼자 장을 본다. 마침 라면이 떨어졌길래, 사발면 한 박스도 사다 달라고 했다. 봐온 장을 부엌에 가져다주고, 마지막으로 라면 박스를 옮기면서 신랑이 말했다.


“혹시 금색 보자기 하나 있어?”

“보자기는 왜?”

“어, 네가 앞집 추석선물 너무 부러워하는 거 같아서, 오늘 사온 라면 박스를 금색 보자기에 싸서 며칠 우리 집 앞에 갖다 놓으려고. 사이즈가 딱 추석 선물 같잖아..”

그리곤 허허 웃는다.


하아~맙소사!

그냥 착하고 성실하니까 데리고 살자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