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할 짐

by 김헌

한 번은 경험해야 할 일과 공간, 과정 하나를 또 시작한다. 우리는 늘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중첩하며 살아낸다. 때가 되면 이루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막상 이루어지기까지는 그저 기다려야 하기에 늘 불안해한다. 실상 닥치면 그다지 다른 것도 없다. 특별한 것도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왜 불안한 것일까. 인간이란 이렇게 연약한 실체를 가진 존재인 것 같다. 눈으로, 몸으로, 감각으로 경험하기 전에는 믿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걱정일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두려움이 우리를 그 일에서, 새로운 경험에서 발걸음을 돌려세운다. 맞닥뜨려보지 않고, 대적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거나 피하기에 급급해한다.


신은 늘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연약한 우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딪혀 보자. 무엇이든지. 두려움과 함께 온 새로운 경험이란 여기서, 이 고통스러운 좌절 속에서 배워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는 뜻일 뿐이다. 내일 일에 걱정하지 말고 그 어떤 일이 다가오더라도, 다가올 예정이라면, 지금 겪고 있는 현실의 시간이 아니라 다가올 일이라면 두려워하지 말자. 부딪혀보고 아프면 울고, 무서우면 기도하고, 슬프면 웃으면서 견디든지, 그것도 어려우면 그때는 그 일 앞에서 잠시 피하자. 그런 두려운 일들을 우리 마음에게서 소외시켜 버리자.


도망도 갈 수 있다. 물론 견딜 수도 있다. 견딜 수 있다는 생각을 마음으로 다지면 결단이 된다. 신도 그런 결단 앞에서는 도움을 주실 것이다. 그러면 견딜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때 또 하나의 커다란 벽을 넘어설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을 얻고 새로운 능력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세상이 승리라고 말하는 무거운 짐. 그것은 어쩌면 버려야 할 짐일 수도 있다는 결론에 우리의 사유가 닿게 될 수도 있다. 나는 믿는다. 바로 그때가 은혜와 은총이 내게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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