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점에서 그저 물건을 나르고 포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내 주 업무는 물건을 나르고 포장하고 모자란 물건이 있으면 채우는데 주된 업무였고
나는 그 일을 하는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한참을 나르고 포장하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어느 날은 사장님이 날 찾았다.
“자, 이제 노래를 해보자”
이 말에 나는 순간 머리가 띵했다.
“노래요?”
잠깐의 정적 후에 내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다.
아니 잘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노래하라고 하니 나는 사장님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 멘트하라고 멘트”
노래하라는 게 알고 보니 사장님이 일을 배울 때 사수분이 멘트, 정확히는 장사하라고 하는 걸 그렇게 말했던 것이고 습관이 되었던 단어를 나한테 말한 것이다.
안도하는 것도 잠시 나는 또다시 머리가 멍해졌다.
그래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였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에서 보면 시장은 원래 장사꾼들의 목소리로 매일 시끄럽게 표현되는 게 다반사였고 나는 매일 그 소음 속에 있는데 그걸 까먹고 있던 것이다.
당황해 하는 날 뒤로 하고 사장님은 어서 가보라고 손짓했다.
“괜찮아 너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깐 한번 해봐”
그 당시 사장님의 친구분도 일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감자…. 사세요.”
나는 동화책 속 한겨울 쓰러져 죽어가는 성냥팔이 소녀처럼 힘없고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들리겠냐? 더 크게 해야지”
사장님은 뒤에서 말했지만, 나는 처음으로 사장님께 부탁했다.
“이건 좀…. 조그만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정말 그때는 성냥팔이 소녀와 같은 애절한 눈빛으로 부탁했던 기억이 난다.
마지못했던 사장님은 알겠다고 했고 나는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물건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안도하면서 결국에는 장사를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저 수많은 사람 앞에서 큰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니.
그때의 나는 절대로 하지 못할 듯했다.
하지만 나는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이니 뭘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억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짜내면서 조금씩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가게에 들어오시는 손님들에게 쭈뼛거리지만 먼저 인사해 보고 장을 다 보시고 나가는 손님에게 조심히 가세요. 라고, 말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나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나중에는 내가 먼저 손님들에게 다가가서 이것저것 골라주며 내 나름의 단골도 생기곤 했다.
다 죽어가던 성냥팔이 같던 나는 그렇게 조금씩 시장 소음에 녹아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