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모래성 04화

시장인심?

당연한 건 없어요.

by 김흑곰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 좋은 사람도 많고 참 별사람도 많다.

시장 인심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장사를 처음 할 때만 하더라도 나도 시장 인심이 좋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물론 예전만 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다른 곳에 비하면 시장이라는 곳 자체가 인심이 후하긴 하다.

다만 그걸 꼭 당연히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인 줄 아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데 문제다.


내가 장사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런 사람들이 꽤 많았다.

특히 물건을 더 싸게 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덤을 달라는 식이다.

물론 내가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이후로는 재량껏 알아서 처리했지만 일을 시작한 지 초반 무렵에 그런 사람들이 오면 많이 당황했다.

사장님이라도 계신다면 물어보면 그만인데 문제는 꼭 이런 손님들은 사장님이 안 계실 때 온다는 것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사장님께 전화하기도 했지만 바쁜 일 때문에 받지 않으시는 일도 다반사였다.

우왕좌왕하고 있으면 자기가 바쁘다고 얼른 깎아달라고 화를 내는 사람부터 물건을 그냥 집어 던지고 가는 사람까지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중에도 지금도 기억에 남는 한 사람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쯤 우리 가게에 오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었다.

뭘 사 갈 때마다 “저 가게는 이거 얼마에 파는데 여기는 비싸네!”라며 꼭 한마디를 하고 가시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어느 날은 사고가 났다.

그때는 점심시간이었는데 아무래도 시장이다 보니 점심도 가게 안에서 먹든가 아니면 근처 가게에서 해결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날도 가게 안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는데 딱 첫입을 뜨려고 하자마자 그 손님이 왔다.

“이거 저기까지 가져다줘”

“손님 저희 가게는 배달이 안 돼요. 시장에서 자체 배달 하는 거 있는데 그거 한번 연락해 드릴까요?”

우리 가게는 직원들이 별로 없어서 배달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이건 처음 오픈 할 때부터 규칙이었고 다른 손님들께도 다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는 부분이다.

“아 몰라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렇게 그냥 좀 가져다줘”

“저희 가게는 원래 배달이 안 돼요. 저희 가게 식구들도 적어서 한 명 빠지면 좀 많이 힘들거든요. 여기에 전화하시면 곧 오실 테니까 여기에 문의 해주세요.”

“아 뭔 가게가 이렇게 불친절해”

그때부터 그 손님은 언성이 높아졌고 보다 못해 내가 물건을 가져다드리기로 했다.

가져다드리는 동안에도 그 손님은 나에게 불만을 표현했다.

“아니 배달 안 해주는 곳이 어디 있어?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당연히 해줘야지”


불평을 한참 듣다 겨우 물건을 아래까지 내려다 드리고 난 뒤 가려는데 손님이 말했다.


“아 나 저기 뭐 더 사와야 하니깐 좀 지키고 있어”


“네?”


“금방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손님은 내 대답도 듣지도 않고 가버렸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옆에 지인과 같이 이야기하며 천천히 걸어오는 손님이 보였다.


“자 이제 됐죠? 저는 갑니다”

표정이 좀 안 좋기는 했지만 나는 그냥 올라가서 마저 장사하고 잘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그날 저녁쯤 상인회 회장님이 오셨다.


“저기 그 민원이 들어와서요.”


“네? 어떤 민원이요?”


“그 손님한테 불친절하게 하고 배달도 안 해준다고”


그 순간 나는 그 손님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원래 안 되는데 해달라고 하셔서 점심도 한입 못 먹고 가져다드리고 짐도 지켜 달라고 해서 지켜줬는데요?”

상인회 회장님은 다 이해한다고 하시면서도 좀만 더 신경 써달라고 말씀하시곤 가셨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손님이 또 찾아왔다.

불편하긴 했지만, 최대한 내색을 안 하고 응대했고 가게에서 물건을 사 가시면서 이런 말을 했다.

“꼭 한 번씩 혼나야 말을 들어요.”

순간 머리가 띵했지만, 그냥 참고 넘어갔다.

그 뒤로도 몇 번 왔지만, 곧 이사하셨는지 오지 않으셨다.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이 있다고들 하고 시장이니 당연히 인심이 후회야 한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고 말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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