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모래성 06화

귤 박스 안에 썩은 귤(2)

by 김흑곰

강박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일을 하면서도 3번씩은 물어보고 마감을 할 때도 잘 치워놓고도 일부러 한두 번씩 다시 만지작 거리고 자물쇠 채울 때도 일부러 5번씩 당겨보곤 했다.

출근할 때는 꼭 애완동물들에게 같은 횟수만큼 쓰다듬어주고 출근해야 했고 글을 쓸 때도 마침표 하나라도 마음에 안 들면 다 지워버리고 다시 쓰곤 했다.


대충 넘어가도 될 일들인걸 알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느새인가 마음 한 구석에 남아서 찝찝했다.


아무래도 일을 하면서 점점 연차가 쌓이고 팀장쯤이 되면서 하는 일들이 꽤 많아지면서 그랬던 거 같다.


재고파악부터 비품관리까지 꽤 많은 일들을 하면서 절대로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생겼고 자잘한 실수가 나올 때마다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구나.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며 더 잘 처리했을 텐데, 난 왜 이 모양 이 꼴이지. 라면서 좀 과하게 날 탓하곤 했다.


가끔은 내 실수가 아니라 다른 직원들 실수 때문이라도 그 사람도 민망할 텐데 너무 그러지 말자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좀 더 잘 말씀드리고 관리했어야 하는 건데 라면서 날 자책하기 바빴던 거 같다.


하루 종일 긴장을 하고 있었느니 밤이 되면 녹초가 되었고 하루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풀 체력도 없어서 늘 잠 자기만 했다.


주말이면 하루 중 반나절은 잠자는 일에 쓰곤 했다그렇게 자고 일어나서 개운하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개운하기는커녕 머리가 아팠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또 그 자리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보면 그렇게 하루뿐인 내 주말은 끝이 났다.


그렇게 산지 몇 년이나 지났을까.

난 무척이나 예민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예민함은 내가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트리거가 당겨진 거처럼 심해졌고 짜증으로 변했다.


그 짜증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나는 꽤나 공격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위에서 다들 성격이 변했다고 하는 말을 할 때면 뭐 사회생활 하다 보니 이런 거지 어쩔 수 있냐 라면서 넘겼지만 마음속 한 구석은 불편했다.진짜 어쩔 수 없는 게 맞냐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사실 네 노력이 부족한 건 아냐?'라고 묻고 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미루어 놓고 난 또 자물쇠만 만지막 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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