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사람들은 너나없이 귤을 찾는다.
따뜻한 방에서 까먹는 한 조각의 귤은, 그 계절의 작은 행복 같다.
하지만 귤을 박스로 사면 간혹 썩은 귤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 하나가 조금씩 다른 귤까지 썩게 만든다는 사실을,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냥 참고 넘기는 게 좋을 때가 많다.
싸우지 않는 게 좋은 일이고, 이번만은 참으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가게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때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웃음으로 넘겼다.
아마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가게에 손님이 없어 멍하니 밖을 보고 있는데,
문득 안 좋은 생각이 스쳤다.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
특별히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질 나쁜 손님을 만난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생각이 불쑥 튀어나온 나 자신이 놀라웠다.
그리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뭔 소리야. 그냥 잠깐 헛소리 한 거지.’
퇴근길, 괜히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하루 종일 손님들과 수많은 대화를 나눴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 용기는 나지 않았다.
장사를 시작했을 땐 거의 매일 ‘힘들다’는 전화를 했었다.
그때마다 친구들은 다 들어줬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민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연락을 줄였다.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누우면
그 새벽의 고요함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 목소리가 나오는 1시간짜리 영상을 틀어놓고 잠들었다.
나쁜 날이 와도 ‘다들 이렇게 사는 거겠지’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성인인데 언제까지 애처럼 기대고 칭얼댈 수는 없다고.
나 하나 불편하면 그만이지,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고.
그 생각은 점점 병적인 강박이 됐다.
‘남에게 피해 주면 안 돼.
만약 피해를 주면 너는 그것도 못 하는 놈이야.’
나는 없는 잘못까지 만들어서 나를 깎아내렸다.
나는 점점 썩은 귤을 품은 귤박스 같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