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모래성 08화

귤 박스 안에 썩은 귤(4)

by 김흑곰

사람이 조금씩 썩어 들어간다는 말, 그게 딱 내 하루였다.


어느 날 얼굴에 작은 여드름 같은 것이 돋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상하게 가려웠다.


무심코 몇 번 만지작거렸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온몸으로 번졌다.


목 아래부터 발목까지 붉은기가 퍼졌고, 참지 못해 긁다 보니 피부는 까지고 진물이 흘러내렸고 상처는 늘 새로 생겼고, 아물기도 전에 다시 뜯겨 피로 얼룩졌다.


병원을 전전했지만 뚜렷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


간지럼은 날마다 심해져 밤에 잠들지 못했고, 아침이면 손과 이불, 바닥에는 피와 진물이 말라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온몸에 매드폼을 붙이고, 후시딘같은 연고를 바른 채 억지로라도 버텼다.

쉬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일을 놓는 순간 내가 쓸모없는 존재가 될까 두려워 계속 몸을 밀어붙였다.


옷은 진물이 마르며 피부에 달라붙었고, 집에 돌아와 벗어낼 때마다 고통이 따랐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아주 독한 약을 처방받아 잠시 진정되기도 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처방 받는 연고의 양은 점점 늘어서 일주일이면 세 통을 써야 했다.

더 처방해 달라 애원했지만 의사는 이미 피부에 큰 무리가 간다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밤마다 간지럼에 시달리며 눈은 점점 퀭해졌다.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꾸벅꾸벅 졸아 목적지를 놓치기 일쑤였고, 예민해진 마음은 쉽게 무너졌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도 화가 치밀었고, 사소한 일에도 서러움이 몰려왔다.


나쁜 생각이 고개 드는 횟수도 늘어갔다.

버티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이런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끝없는 의심 속에 하루하루가 무너졌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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