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일이 좀 있나요? “
그때의 나는 잘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을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마치 날카로운 화살처럼 귀에 꽂히던 시절이었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떠드는 말소리가 그렇게도 거슬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소소한 대화나 일상의 즐거움이었겠지만, 내 귀에는 비웃음처럼 들렸다.
내가 모르는 자리에서 나를 흉보는 소리 같았고, 나만 혼자 뒤처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어폰을 꽂고, 취향도 아닌 시끄러운 노래를 최대 볼륨으로 틀곤 했다. 귀를 막아야만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늘 시선은 바닥에 고정돼 있었다.
눈을 마주치면 이런 내 모습을 들킬까 두려워서, 또 내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 들통날까 싶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면 의자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방 천장을 바라보다 그대로 잠들어 버리곤 했다.
하루가 끝났다는 안도감보다는, 또 하루를 버텼다는 피로감과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찾아왔다.
불 꺼진 방 안에서, 아무 소리도 없는 천장을 올려다보면 괜히 내 삶이 짠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잘 가"라며 인사를 건넨 뒤,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걸어가던 순간이었다. 문득 핸드폰 액정에 비친 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어둠 속에 비친 내 눈은 검은 화면보다 더 텅 비어 있었다.
그 순간 아까 친구와 웃으며 헤어지던 장면이 떠올랐다. 웃고 있던 내 얼굴과 지금의 눈빛이 너무 달랐다. 웃음은 분명 내 얼굴에 있었는데, 그 속은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그때 느낀 건 어색함과 낯섦, 그리고 약간의 혐오감이었다.
언젠가부터 웃는다는 게 이렇게 불편해졌구나. 사람들과 마주 앉아 웃고 떠들 때조차, 나는 무대 위 배우처럼 연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생각은 꼬리를 물었다.
도대체 내가 진심으로 웃어본 게 언제였을까. 기억하려 해도 떠오르는 장면이 없었다. 힘든 순간에도 꿋꿋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사람들은 말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웃어야 힘이 난다고. 하지만 나는 억지로 지은 웃음에서 오히려 나 자신이 낯설어졌다.
거울 속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다들 그렇게 버티며 산다고 하지만, 왜 어떤 사람들은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걸까.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웃을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어른이 되면, 그땐 힘든 일쯤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웃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주워 담으며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음악 소리를 키우고 고개를 숙였다. 바닥만 바라보며, 오늘도 그렇게 집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