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길 바라고, 좋은 일이 생기길 소망한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남는다'는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었으니, 그저 이 이상은 더 비참해지지 않았으면, 더 이상 불행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도, 행복은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지금보다 더 불행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나의 세상은 행복이 깃들 여지조차 없는, 오로지 불행만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오랜 시간 불행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작은 행복조차 낯설고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 작은 행복이 잠시 머물다 지나고 나면 또다시 거대한 불행이 몰려올 것이라는 확신에 사로잡혔다.
행복은 언제 올지 모르는 희미한 신기루 같았지만, 불행은 바로 내 눈앞에 있는, 크고 커다란 늪과 같은 것이었다.
한 발만 삐끗해도 깊숙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검은 늪. 겨우 그 늪에서 빠져나왔다 싶으면 내 앞에는 또 다른 늪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 보였던 작은 행복은 곧 사라질 거라며, 불안과 상실감만 남겨놓을 거라고 믿었다.
차라리 행복해지지 않았으면. 행복을 좇다가 마주할 상실감은 더 이상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이럴 바엔 차라리 계속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딱 지금까지만, 늘 이 정도의 불행만 내게 닥친다면 좋겠다’고 빌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작은 바람조차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불행은 늪처럼 나를 점점 더 밑으로 끌어내렸고, 나는 그럴 때마다 '제발 여기서 멈춰라, 제발'이라며 신에게 빌고 또 빌었다. 몸과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쉬는 날이면 죽은 듯 잠만 자기 바빴다. 간신히 눈을 뜨고 일어나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곳이 마치 관 뚜껑처럼 보였다.
그 차가운 관 뚜껑이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는 듯한 소름 끼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잠들 때는 방 안의 불을 모두 켜놓고 잠에 들기 시작했다.
불마저 꺼버리면, 정말로 내가 관 속에 누워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될 것만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조차 무서웠다.
사방이 막힌 좁은 공간에 갇혀버릴 것만 같은 공포에 질려 한동안은 계단을 이용해야만 했다.
밝은 형광등 아래에 서 있어도, 세상 그 누구보다 어두운 표정으로 지나가는 하루를 아쉬워하면서도 무기력하게 누워 있기만 했다.
삶에 대한 의지나 희망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였다. 나는 어둠 속에 혼자 갇힌 채, 나 자신을 잠식하는 불행의 그림자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