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긴장한 탓인지 1시간 정도만 자고 병원으로 향한 기억이 난다.
처음 방문한 병원은 내 생각과는 달랐다.
보기보다 조용했고 차분했다.
맨 처음에는 설문조사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요즘 우울한가 우울하다면 일주일에 얼마나 우울했는가 이런 식의 질문들 이였다.
솔직히 지금이라도 그냥 우울하지 않다 늘 좋다 뭐 이런 식으로 작성하면 병원에서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면서 살짝 망설였지만 솔직해 지기로 했다.
그다음은 무한정 대기였다.
보기보다 사람들도 많고 어떤 사람은 3분 만에 끝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10분이 넘게 진료볼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앉아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이름이 불렸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실 안에는 남자 선생님이 앉아 있었다.
"어서 오세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난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던 걸로 기억한다.
건방져 보일지도 모르지만 긴장감에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설문지를 보면서 나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디가 안 좋아서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 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그런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불안감에 책상 아래에서는 손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곤 선생님은 몇 번의 질문을 이어가면서 내 상태를 말씀해 주셨다.
"우울증도 좀 보이고 강박증이랑 불안장애. 공황도 있네요. 많이 힘드셨겠어요."
한 번에 이렇게 많이 나오다니... 좀 충격적이었다.
"일단은 약물좀 드릴 테니 먹어보죠. 저녁약에는 수면제가 있으니까 불편하면 연락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 문을 닫고 나갔다.
처방전을 받고 약을 타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조용히 생각했다.
아직도 그냥 이건 누구나 오는 병 아닌가 괜히 내가 걱정하는 게 아닌가 하면서
집에 돌아와 누워봤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이른 저녁을 먹고 약을 집어 먹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스르륵 눈이 감겨왔다.
'아 이제 좀 잠들겠구나'
하지만 여전히 내 방의 불은 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