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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들멘 Mar 22. 2023

노래의 힘

삶의 온도는 따뜻한가요?

                         

   "가수 임영웅이 '내일은 미스터 트롯'에서 부른 노래 중 분홍색 스카프인지 하는 제목이 들어간 노래가 뭔지 알아요?"

정확한 가사나 제목도 모르면서 뜬금없이 분홍색이니 스카프니 하니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경연 때 임영웅이 불렀다는 말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아내는 "보랏빛 엽서"냐고 되물었다.

"아니에요! 60대 사랑 이야기 뭐 그런 게 들어간 노래 같은데."

"김광석이 불렀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말하는 거예요?"

“김광석이 아니고 독일인가로 이민 간 사람이 부른 거야. 그 사람은 ‘자기가 노래했을 때는 별로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임영웅이 다시 부른 후 노래가 유명해져 무척 고맙다’라고 인터뷰한 기사를 본 적이 있어. 김광석이 불렀다면 그 노래는 아닌 것 같은데."


   결국 인터넷을 찾아보니 내가 찾던 노래는 아내가 말한 대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였다. 다만, 김광석은 리메이크해서 노래를 불렀으며, 원곡은 '김목경'이란 가수가 1984년 독일에 유학 갔을 때 우연히 어떤 독일인 노부부를 보고 곡과 가사를 만들어 불렀다는 자료가 있었다.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 다른 노래도 그렇지만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다 경연에서 가수 임영웅이 부른 걸 우연히 듣고 '울림을 주는 괜찮은 노래네'라고 마음속에 간직해 두었다. 그러나 일부러 찾아 듣지는 않다가 블로그씨가 내준 글을 쓰려고 오늘 아침 아내에게 부탁해 세 번을 연속해서 들었다.

마음속에 간직해 두었던 노래가 맞는지 역시 금방 빠져들었다. 나도 노래 속의 주인공처럼 같은 60대로 공감되는 게 많아서 그런지 가사 말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첫 소절을 들으니 직장에 다닐 때 아침마다 넥타이를 골라서 매주던 아내의 상큼한 모습이 떠올랐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 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지? 눈물을 닦느라 잠시 글 쓰는 걸 멈췄다.     

(전략)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중략)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중에서>     


   음악 애호가인 아내는 가수 임영웅이 가진 '노래의 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 노래를 이야기하듯이 부른다.

전반적으로 다 그렇게 부르지만 나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에서 첫 소절인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라는 부분을 골랐다.

둘째, 감성 표현의 천재다.

감성적인 표현이 정점에 다다른 곳은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라는 마지막 구절이 아닐까?

셋째, 저음이 확실하게 들린다.

내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는 저음으로 불렀지만 확실하게 들렸다.

넷째, 고음 처리도 탁월하다.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가 고음 처리의 압권이 아닐까?

<  >은 아내의 의견에 내가 덧붙인 것이다. 음악의 문외한인 내 귀에 들린 순간적인 느낌을 곁들여 보았다.


  오늘 블로그씨가 '음악의 힘'이라는 주제를 제시했다. 나에게는 쓰기 어려운 제목이었다. '내일은 미스터 트롯'이라는 방송을 수십 번 봤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는 아내의 도움 덕분에 글을 완성했다. 오늘부터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가 살아가는 동안 나에게 힘을 주는 노래가 될듯하다.

“고마워요. 임영웅씨!”

“고마워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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