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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꿈 Jul 29. 2021

2화. 모래톱이 만들어낸 땅

그해 여름 못다 한 이야기



모래톱 마을은 산기슭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하염없이 흐르다 바다가 떡 막고 서니, 흘러내려온 모래나 자갈들이 갈 곳을 잃고 한 곳에 머물다 생겨났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모래톱 마을은 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쉼 없이 들려오고 지나가던 새들도 쉬어가는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강 하류의 모래톱이 수백 년에 걸쳐 땅을 만들고 땅은 산이 되고 밭이 되어 마을은 그 위에 생겨났다. 강 건너편에는 작은 읍내가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5일장이라도 서는 날이 다가다들 까닭 없이 분주해졌다. 오랜만에 마실 나가듯이 코에 바람을 쐬기도 하고 물물교환을 위해 나룻배를 타고 읍내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네 부잣집 사람들은 소달구지나 경운기 같은 운송 수단으로 좁은 시골길을 이용해 읍내나 큰 시장으로 나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강나루에서 나룻배를 이용하곤 했다.


나루터는 마을의 나룻배나 작은 어선들이 드나드는 요충지였다. 나룻배가 떠났다가 돌아오는 시간을 놓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건너편에서 뱃사공을 부르는 고함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배를 놓친 사람들이 나룻배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였다. 읍내 시장에 갔다가 나룻배를 타지 못한 사람들은 달구지가 다니는 길로 한참을 돌아서 마을로 와야 했다. 5일장 대폿집에서 막걸리라도 한잔 걸치며 회포를 풀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었다. 읍내 쪽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마지막 배를 친 사람들은 무섭고 고단한 밤길을 걸어 밤늦게나 마을에 도착할 수 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마을로 돌아오는 길은 모두에게 등골이 오싹한 공포감주기도 했다. 나룻배를 놓치고 밤길을 걷게 되면 사람들은 마을 어귀 장승을 지나야 안심이 되었다. 또 폭풍이나 비바람이 세차게 게 되는 날엔 아예 배가 뜨지 않기도 했다. 이처럼 모래톱 마을은 불편함과 정겨움을 동시에 간직한 한 폭의 그림 속의 순박한 시골 풍경이었다.


곳곳에는 하천과 시냇가가 거미줄처럼 이어져 흘러가고 논둑에는 버드나무와 수양버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버들잎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곳을 찾아 조금 깊은 웅덩이에서 주로 놀았다. 버드나무 가지에는 까치집들이 듬성듬성 보이기도 하였다. 까치집은 시골 학교 운동회 때 박 터트리기 경기에서 자주 보기도 했던 박처럼 덩그러니 매달려 있었다. 봄에는 어김없이 강남에서 제비들이 날아와 집집마다 처마에 제비집을 짓기도 했다. 모래톱 마을은 제비들이 한 철 터전을 만들어 살다가 알을 낳고 새끼를 쳐서 섬 너머로 떠나가는 곳이었다. 마을에는 아이들이 다니는 작은 분교도 하나 있었다. 아이들의 보금자리인 학교는 강 하류와 섬들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산등성이 쪽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을 어귀 조금 외딴곳에는 큰 기와집 한 채와 맞은편 마을 귀퉁이 작은 초가와 토막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갈래 길을 사이에 두고 마을 사람들은 왕래를 하였다.


강 하류에 있는 마을은 얕은 바다와 인접해 있어서 강 상류 골짜기나 섬으로 이어지는 강나루 바다 쪽은 늘 안갯속에 묻혀있는 날이 많았다. 마을에서 바닷가 쪽을 바라보면 안갯속에 그 모습이 보일락 말락 하는 섬이 하나 있었다. 아이들은 섬에 관한 이야기만 들었을 뿐 누구도 그 신비스러운 섬에 가본 적이 없었다. 섬은 숱한 전설을 품은 채 마을과 때로는 가까이 또 한편으로는 먼 곳으로 고락을 함께하며 존재해 왔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강물이 모래톱을 만들고 땅을 만들듯이 그렇게 흘러 흘러 세월과 함께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섬은 마을 사람들의 삶 속에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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