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괴테와 더벅머리 피터

괴테 하우스와 더벅머리 피터 뮤지엄


프랑크푸르트 일정을 잡은 건 독일의 대 문호 괴테의 생가인 괴테하우스를 방문하기 위함이다. 또 하나 그날에서야 새롭게 알게 된 하인리히 호프만의 더벅머리 피터 뮤지엄을 방문하기 위함이다.

나는 하인리히 호프만을 프랑크푸르트행 기차 안에서 알았다.

“엄마 이거 읽어보세요.”

자리에 앉기 무섭게 지성이 한글로 된 동화책 한 권을 내밀었다. 금방 읽을 수 있을 만큼 짤막한 이야기 몇 개로 이뤄진 동화책이었다. 나는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고 알지도 못하는 내용이었다.

“정신과 의사 아버지가 어린 아들의 교육을 위해 만든 책이에요.”

아들에게 선물할 책을 찾다가 마땅한 걸 찾지 못하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열 편의 짧은 동화가 실려 있는데 요즘 시대 상황에는 아동 학대가 아닌가 하는 내용들이 있어 사실 좀 뜨악하기도 했다. 요즘 어떤 부모가 손가락을 빤다고 손가락을 잘라버린다고 위협을 하고 밥(수프)을 안 먹으면 굶어 죽는다고 공포를 주겠나.

책에 대해 알고 나니 괴테하우스보다 더 궁금했다. 새로운 인물과 작품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독일 동화하면 그림 형제의 동화만 생각한 무지를 지성이 또 깨닫게 해 주었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헤센 주의 최대 도시답게 여행하는 내내 보기 드물었던 현대화된 도심의 전경과 높이 솟은 빌딩이 즐비했다. 프랑크푸르트는 도시 규모에 비해 볼거리는 그리 많지 않은 곳으로 알고 있었다. 2차 대전 당시 도시의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오래된 건축물을 찾기도 힘들다. 오죽하면 구도심을 뜻하는 Altstadt의 건물들조차 옛 방식으로 새로 지은 것들이다. 시청이 있는 뢰머 광장의 목조주택 들도 마찬가지다.

먼저 프랑크푸르트 하면 차범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공식 행사가 있을 시 시청의 발코니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차범근이 그 발코니에서 훈장을 받았다고 해서인지 시청사 앞에 서서 그 광경을 상상해봤다. 뢰머 광장 근처의 터키 식당에서 되너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괴테하우스로 향했다.


괴테 하우스

괴테가 태어나고 청년기까지 실제 거주했던 곳이다. 특히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집필한 집필실과 책상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2차 대전 당시 파괴된 집을 4년에 걸쳐 재건했다는데 1층부터 4층까지 찬찬히 돌아보면 당시 부유했던 상류층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어 그 또한 의미 있었다. 괴테 아버지는 대단한 미술 애호가이며 컬렉터였다. 그 아버지가 소장한 수많은 회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뜻밖이었고 지금 내놔도 손색없는 괴테 어머니의 그릇들도 아름다웠다.

200년이 지나도록 아직 작동하고 있는 시계며 괴테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그림자극 인형 놀이판, 방방마다 제각각의 벽난로 등등 괴테하우스엔 볼거리가 무궁무진했다.

괴테하우스를 방문했다면 함께 운영되고 있는 옆 건물의 낭만주의 박물관도 놓치지 말고 돌아봐야 한다.

회화 작품은 물론 갖가지 볼거리 읽을거리 체험거리가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될 것이다.

발바닥이 아프도록 두 곳의 뮤지엄을 돌고 나서 드디어 더벅머리 피터를 만나러 간다.

하인리히 호프만의 더벅머리 피터 뮤지엄

더벅머리 피터 뮤지엄은 어린이들을 위한 뮤지엄처럼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게 만들어졌다. 뮤지엄 건물은 괴테의 여동생 코넬리아와 이모가 잠시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관람하는 시간에 아주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른들이 더러 있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더벅머리 피터는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했다. 교훈을 주고 바른생활습관이나 인성교육을 위한 맞춤 교육서인 셈인데 아무래도 요즘 시대에는 무리다 싶은 과격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처럼 체험도 하고 다 돌아본 뒤 지성은 책 한 권을 샀다. 독일어 판, 영어 판 한국어판까지 이제 지성에겐 더벅머리 피터 3종이 전부 갖춰졌다. 그리고 거기서 우리 백희나 작가의 구름 빵 책이 꽂혀있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다.

프랑크푸르트는 이제 두 작가의 뮤지엄이 있다는 것으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볼거리 있는 도시가 되었다.

keyword
이전 12화샤갈의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