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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an 07. 2023

그들이 사는 세상

너희 너무 질투 나는 데


모모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합사 스트레스로 첫째 치치가 고생을 좀 했었다. 외동으로 걱정 없이 살던 녀석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자기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작은 생명체를 보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설사하고, 토하고, 숨어서 자고. 그 시절의 치치는 정말 짠했다.


아빠 껌딱지가 된 그


퇴근하고 집에 오면 치치가 여기저기 토해놓고 설사해서 궁둥이 털이 똥범벅이라 피곤해 죽겠는데 똥 치우고 고양이 씻기고 또 두 녀석 분리해서 각각 놀아주고.


밤에는 치치랑 자느라 모모는 작은방에 격리해 두었는데 그 쪼그만 녀석은 영문도 모르고 낯선 곳에 와서 혼자 있으려니 얼마나 겁이 났겠는가. 밤새 울고.. 생각만 해도 아득하던 시절.


광기어린 점프
쪼꼬미지만 많이 먹는 모모
모모 격리시절


초보 집사였던 우리는 모모를 일주일 간 격리하면서 합사를 시도했었는데 너무 어렸던 모모를 격리한 것이 트라우마가 된 건지 분리불안이 생긴 듯 격리가 끝나고는 엄마 집사한테 꼭 붙어 다니는 껌딱지가 되고 말았다.


그전에는 곧잘 내 옆에서 뒹굴거리던 치치가 모모 때문에 집사한테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앉아있는 걸 보면 치치가 짠하면서도, 항상 나를 또는 치치를 따라다니는 모모가 정말 귀여웠다. 당시 주말부부 생활을 할 때라 고양이들을 자주 못 보던 남편은 나만 따르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질투를 했던지!


항상 엄마 근처를 맴돌던 모모


그리고 녀석들은 치고받고 하면서 함께 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치치는 외롭지 않은데 괜히 우리가 오버해서 형제 만들어 주겠다고 모모를 데려와서 둘 다 고생시키는 건 아닌지 정말 걱정 많이 했었는데 둘이 베프는 아니더라도 서로 양보(?)하면서 진짜 남매같이 데면데면 지내는 걸 보니 기왕이면 고양이도 외동보다는 다묘가정이 더 낫다 싶다.



아기때부터 광기어린 그
살짝 친해진 그들


그러다 프랑스로 오기 직전에 모모가 크게 아팠다. 치사율이 엄청난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바람에 나만 먼저 프랑스로 넘어가고 남편은 모모가 다 나으면 같이 프랑스로 넘어오는 Plan B까지 마련하게 되었다.


모모 입원하던 날
강급 하던 시기

스스로 밥도 좀 먹고 설사가 그쳐야 퇴원을 할 텐데 혈액수치는 좋아졌지만 입원한 지 5일이 지나도 식욕이 없어서 수액으로 연명하던 차에 남편이 직접 한번 밥을 먹여보겠다고 입원장에 들어갔다.


모모가 좋아하던 짜 먹는 간식이랑 습식 파우치를 떠서 먹여주니 그제야 먹기 시작하는 모모. 큰 병원에 맡기느라 대구에 입원시키는 바람에 자주 방문하지도 못했는데 모모는 아픈데 집사들도 안 보이니 스트레스받아서 더 못 먹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설사를 멈추고 밥을 먹기 시작하던 모모


일주일간의 입원 치료 끝에 기적적으로 출국 전에 수치가 나아져서 완치 판정을 받은 모모는 우리와 함께 출국할 수 있었다. 다만 혹시나 모를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치치와 최소 일주일의 격리가 필요했는데 입원했을 때 밥을 먹였던 남편이 계속해서 모모를 돌보기로 했다.


모모는 남편과
치치는 나와


서로 격리는 해제하고 온 가족이 다 함께 지내게 된 지도 8개월이 지났지만 그 이후로 모모는 남편 바라기가 되었다. 예전만큼 내 곁에 오지도 않고 내가 쓰다듬으려고 하면 멀찌감치 도망가는 모모.


내가 한국에 다녀오는 동안 남편은 고양이들과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내가 있을 때는 소파에 잘 올라오지도 않던 녀석이 내가 없어지니 남편 옆에 딱 붙어서 하루종일 뒹굴거렸다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남편이 프랑스에 남기로 한 데는 모모가 입원했을 때의 트라우마로 낯선 곳에 모모를 혼자(는 아니도 치치랑 티구도 있지만) 두고 싶지 않았던 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아빠 좋아


여튼 모모와 남편 둘이서는 서로 죽고 못사는 사이라 나머지 식구들 (치치, 티구, 그리고 나)은 거의 떨거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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