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출근길이었다. 잠이 덜 깬 눈을 비비고 라디오 주파수를 새로 맞추며 집 앞의 한적한 길을 영혼 없이 운전하던 참이었다. 코너를 돌자마자 내 차 앞에 어리둥절해 보이는 작은 개 한 마리를 보았다. 응?? 차가 지나가는데 잘 움직이지도 않네?? 개를 돌아 지나치면서 아무래도 찝찝한 마음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 집에서 쓰레기 소각장 가는 길 있지. 나 거기서 개를 봤는데 도로변에 서있는 게 아무래도 좀 이상해. 한번 가봐 줄래?"
동네에서 자주 보던 개는 아닌데 대체 뭐지. 설마 휴가기간이라고 누가 부지런하게 이런 시골까지 와서 버리고 간 건 아니겠지? 출근길 내내 오만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월요일 아침은 8시부터 회의의 연속이라 두 시간 여가 지난 후에야 남편이랑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개가 눈이 멀었다는 것이다. 귀도 잘 안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우리 집 앞에 사는 개를 많이 키우는 이웃에게 물어보니 그 집 개는 아니란다. 알고 보니 맨날 개가 짖어 우리가 불평했던 그 집은 갈 곳 없는 장애견들을 개인적으로 돌봐주는 쉘터 같은 곳이었다. (늦게까지 개 짖는다고 화내지 말아야지)
일단 남편이 개를 데리고 근처 동물병원에 등록된 칩이 있는지 확인하러 다녀왔는데, 칩은 없었다고 한다. 이동하고 진료하는 내내 침착한 것으로 봐서 절대 들개는 아닌 것 같다고. 나이가 많은 개는 아니지만 눈도 안 보이고 귀도 좀 안 들리고, 벌레도 좀 있고, 그런데 개가 굶지도 않았고 체격은 괜찮은 것으로 봐서 최근에 유기되거나 잃어버린 것 같다고 보호소에 데려다주라고 했다. 일주일에서 열흘에 이르는 공고 기간 동안 주인을 찾아보고 주인을 찾지 못하면 SPA(동물 보호소, 우리 티구를 데려온 곳)로 가게 된다고.
"눈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는 개를 누가 데려가겠어.. 불쌍해.."
"우리 집에 고양이가 없으면 몰라도 고양이를 세 마리나 키우면서 눈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는 개를 키울 수는 없어."
내 망설임을 읽었는지 남편은 단호했다. 하긴 지금도 고양이 세 마리를 보살피는 일을 하루종일 집에 있는 남편이 도맡아 하는데. 거기다 손이 많이 가는 장애견까지 돌보자는 건 순전히 내 이기심이다.
그러고 몇 시간이 지나 남편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주인 찾았어!!"
"찾았어?? 누구래?"
"우리 동네 노부부래. 강아지 상태가 안 좋아서 안락사될 뻔한 애를 입양해서 키우는 모양인데 이번에 놓쳤나 봐."
보호소로 들어간다는 소식에 마음이 영 불편했는데, 이렇게 바로 주인을 찾았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안 보이고 잘 안 들리는 아이니 어르신들이 이제 문단속 잘하시길 바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