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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코 Nov 02. 2023

새로운 가족들

티구 이야기


잠에서 깨지 않는 엄마 옆에서 한참을 울었다. 배가 고팠지만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나와 동생을 상자에 담았다. 어미는 죽고 새끼 둘만 남았다고 불쌍하다고 했다. 엄마가 사람들은 위험하니까 조심하라고 했었는데.. 도망갈 힘도 없다.


동생과 나는 투명한 방 안에서 지냈다. 옆 방에 있는 형이 여기서 기다리다가 운이 좋아 가족을 찾으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 형도 예전에는 가족들이랑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럼 형은 왜 여기 왔냐는 내 질문에 그저 웃기만 했다.


어느 날 새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나를 데리고 나왔다. 엄마랑 형제랑 헤어졌다는 걸 기억하겠냐는 여자의 물음에 그간 우리에게 밥을 주던 사람은 아직 2달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 어딜 가든 잘 적응할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거지?



Day1  

큰 방에 혼자 남겨졌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밥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숨을 곳도 있다. 그래도 혼자 있는 건 무서워 밤새 울었다.


 

Day7

아무래도 닫힌 문 밖에 다른 고양이들이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나를 데려온 저 사람들은 좀 무섭지만 따뜻한 이곳이 싫지 않다. 언제 나갈 수 있을까? 혼자는 좀 심심해.



Day14

문이 열렸다. 복슬복슬하고 털이 긴 고양이들이다. 킁킁. 이따금 바뀌던 장난감에서 나던 익숙한 냄새가 난다. 회색 털이 복슬복슬한 누나와 하얀 털의 형아는 킁킁 내 냄새를 맡고 내 밥도 먹어보고(왜?!) 내 방을 한참 둘러보더니 거기 그냥 누워버렸다.


 


DAY 500

처음 집에 왔을 땐 1kg가 조금 넘었는데 이제 6kg가 되었다. 집사들은 치치 누나보다 더 무거워졌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아기 땐 작아서 티티구라고 불렸는데 이젠 커서 그호(gros, 큰) 티구라고 불릴 때도 있다. 어쩐지 모모 형아는 내가 놀자고 뛰어오르면 자꾸 짜증을 낸다.


매일 다정하게 쓰다듬어주는 집사가 좋다. 안기는 건 별로지만 몇십 초 정도는 참아줄 수 있다.





매주 목요일 고양이 삼 남매의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

고양이들 육묘일기는 브런치 매거진을 참고해 주세요.


https://brunch.co.kr/magazine/lesch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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