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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ul 30. 2022

정시에 오지 말라고

15분 정도 늦게 와줄래


프랑스 동료들이랑 시간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회의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들도 있지만 5분 정도 늦는 사람들도 많다. 프랑스에 같이 파견 온 다른 외국인 동료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들 좀 늦는게 기본인 프랑스 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북유럽에서 온 동료들은 기함을 하는 편.


나는 늦는 것을 싫어해서 좀 빨리빨리 움직이는 편이다. 애초에 성격이 이래서 좀 느긋한 남편이랑은 매번 같은 문제로 다투곤 했다. 약속 장소에 10분정도 일찍 나가서 기다리는 걸 선호하는 나랑 어차피 다들 늦을테니 10분 정도 늦게 가자고 하는 남편. 늦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초조해지는 나랑 느긋한 그는 어디 갈때마다 '이럴 줄 알았다'를 입에 달고 살게 되었다. 늦으면 너때문이라고 짜증내는 나, 일찍가서 우리가 기다리는 경우 나때문이라는 그. 세상 느긋한 그 때문에 내내 투덜거리다 프랑스에 와서야 이런 그의 성향을 드디어 이해하게 되었다.


저녁 6시에 만나자고 했으나 모두 7시에 모인 밤


프랑스에서는 초대를 받으면 15분 정도 늦게 도착하는 것이 에티켓이라는 것이 아닌가! 정시에 가거나 일찍 도착하는 건 무례한거라고. 호스트가 준비하느라 늦을 수 있으니 준비할 시간을 넉넉히 주라는 것이 요지였다. 아니 늦을 것을 예상해서 더 빨리 준비를 시작해야 되는거 아니고?



지난 회식 때 6시에 모이자고 했는데 정각에 나혼자 들판에 서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던 것이다. 6시가 좀 지나서 음식 준비를 맡은 동료가 솥을 걸기 시작했고 6시 반쯤 도착한 다른 동료들이 가져온 스낵과 술로 상을 차렸다. 미국이나 스웨덴 동료들이랑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식겁한다. 우리 기준에 저녁 약속이 6시라고 하면 6시에 도착하는게 상식이니까.


https://brunch.co.kr/@kimhyunah/41


프랑스 관습에 대한 책이라도 하나 구해서 읽어야 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프랑스 사람들 시간 개념 없다고 투덜거렸는데, 이것또한 그들 문화라고 하니 여기서 지내는 동안은 적응해야지. 이러다 한국가서도 프랑스에서처럼 늦게 나타나면 민폐라고 엄청 욕먹을텐데. 프랑스 패치 적당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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