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차> 성공의

Rick Ross - aston martin music

by 도미니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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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자동차를 몰아봤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아오던 에스턴 마틴이었다. 브랜드 정도나 알지 정확한 모델명 따위는 짐작조차 못할 정도로 차에 관심이 없는 나였다. 20대 시절 자주 듣던 해외 힙합 뮤직비디오에서도 다른 비싼 차들과는 차원이 다른 급의 자동차를 내가 몰아보다니. 감개무량하기보다는 이 차를 혹시라도 긁거나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검색을 해보니 3억 8천만 원짜리 자동차였다. 조수석에 앉아서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비트의 힙합 음악을 틀며 조수석 창문을 응시하던 차주가 멋졌다. 정확하진 않지만 나도 20대 때는 막연하게 이런 것들을 꿈꾸었던 것 같다. 멋진 차, 의리의리 한 집, 한마디로 걱정 없는 삶. 지금의 난 혹시나 남의 차를 긁거나 사고를 내면 어쩔까 노심초사하며 헨들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성공의 맛은 무엇일까?

염따라는 래퍼가 있다. 이제는 엄청나게 유명해진 래퍼이지만, 예전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내가 그를 관심 있게 봤던 게 2011년 정도였던 거 같다. 위로 오르다. 사랑한다 해줘 등을 발표했다. 난 좋았는데, 대중들에게 인기는 별로 없었다. 살아 숨 셔 등으로 나름의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대중들이 인식할 만큼의 수준의 인기는 아니었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간간 이름이 오르내리는 정도였다. 그런 그가 2년 전인가 티셔츠를 팔아서 큰돈을 벌었다. 유튜브 채널 '염따'와 자신의 공연에 온 관객들에게 준 티셔츠가 유명세를 타면서 시너지를 일으켰다. 그의 채널은 인기 콘텐츠가 됐고 티셔츠 판매는 대박이 났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건 잘 알려진 '벤틀리 사건'이다. 동료 래퍼 더콰이엇의 자동차를 들이받은 것. 3억 정도의 자동차였는데, SNS를 통해 "이제 성공했는데 다시 망하게 생겼다"며 좌절하던 염따는 "수리비를 벌기 위해 티셔츠, 슬리퍼, 후드티셔츠 판매를 시작한다"라고 밝혔는데 이게 초 대박이 났다. 그는 "3일 만에 20억 벌었다", "빨리 배송될 수 있게 방법을 찾겠다"라고 알리며 판매를 중단했다. 이를 통해 높아진 그에 대한 관심은 그의 음악으로 연결됐다. 염따는 동료 래퍼들은 물론이고 업계 관계자들이 "음악은 예전부터 정말 잘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실력 있는 래퍼다. 여기에 우연히(?) 마케팅 효과를 보며 지금은 쇼미 더 머니의 심사위원이 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오늘의 행복은 내일의 원동력이다.” 내가 좋아하는 염따가 한 말이다. 그의 인기는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라는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살기가 힘들어 지친 모든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 그의 인기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그의 음악은 좋았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열심히 살아온 결과가 우연한 일들과 결합되며 우리가 말하는 성공의 길로 이끈 것이다. 가만히 놀다가 갑자기 벼락처럼 맞은 복권이 아닌 이상 모두의 성공에는 그만한 이유와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100년 남짓한 우리의 인생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가장 무섭고, 가장 슬픈 시기를 2시간 남짓한 프레임에 녹여냈기 때문일 것이다. 기나긴 인생의 가장 다이내믹한 순간을 약간의 과장을 더하니 그렇게 극적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우리 모두의 영화는 모두 진행 중이고, 그 영화의 장르가 공포물이 될 것인지, 로맨틱 코미디가 될 것인지, 다큐가 될 것인지, 액션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열심히 그 영화의 찍어나가는 과정일 뿐인 것이다.







“행복과 기대감은 돈으로 연결된다”
“아예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 오히려 돈을 버는 게 아닐까?” 반박하는 사람에게 염따는 다시 반박한다. 일단 뭔가를 사느라 돈을 쓰고 나면 가만히 누워있다가도 ‘뭐라도 해야지’ 하고 일어나서 가사를 쓰게 된다는 거다. 한 마디로 플렉스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 돈을 쓰기 위해 일을 하고, 일을 하면 돈이 생긴다. 행복과 기대감은 결국 다 연결이 된다.






몇 년 전 트렌드는 욜로(You only live once)였다. 욜로와 염따가 말하는 플렉스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욜로의 의미는 ‘한 번뿐인 인생, 자신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로 순수히 자신의 만족을 위한 소비다. 플렉스도 자신의 만족을 위한 소비지만, 자랑이 동반돼야 한다. 즉, 자기 과시가 있어야 한다. 건전한 플렉스는 자기만족과 자기 과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과도한 자기 과시를 위한 플렉스는 자신을 위한 행위가 아니며 타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하거나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일례로 20·30세대의 플렉스에 영향을 받아 경제 능력이 없는 10대들이 명품 소비에 열광하고 있다. 이는 불우했던 환경에서 스스로의 능력으로 성공한 후,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미국 래퍼들의 ‘플렉스’와는 다르다. 플렉스가 일종의 과소비이긴 하지만,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기성세대의 원동력이 ‘내일의 희망’이었다면, MZ 세대의 원동력은 ‘오늘의 희망인 플렉스’다. ‘자신을 위한 것’인지 잘 생각해보고 플렉스 한다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다. 오늘은 나도 내 나름의 플렉스를 해볼 생각이다. 얼마 전 데일리 샷 어플에서 새로 들어온 위스키를 보고는 너무 사고 싶은 위스키였다. 아주 비싼 것도 아니었고 정가 대비 40% 이상 할인이 들어가서 가격도 합리적으로 7만 원대 하는 싱글몰트 위스키였다. 바로 구매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고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며칠만 더 고민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이틀이 지나고 사자, 말자 수백 번을 고민한 끝에 사자라는 결론으로 어플을 켰다. 역시나 품절이었다. 안 먹는다고 죽는 건 아니었고, 안 산다고 해서 앞으로 살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품절이 되고 나니 뭔가 더욱 허전했다. 고민했던 순간으로 인해 내 손에 잡힐 약간의 행복마저도 빼앗긴 느낌 때문인지 상실감은 더 컸다. 달콤한 사과와 토피가 입안 가득 어우러지는 것을 시작으로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된 풍부한 바닐라 향이 진한 과일 향과 완벽한 조화를 이뤄 한층 더 풍성한 풍미를 선사했을 싱글몰트 위스키를 못 먹어서 슬펐던 것이 아니다. 잠깐의 망설임과 고민의 과정으로 잃어버린 나의 소중한 행복에게 미안함 때문이었다.



사과해야 했다. 그래서 7만 원대의 싱글몰트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눈여겨보아오던 블렌디드 위스키를 샀다. 꽃향기뿐만 아니라 과일의 맛에 바닐라까지 풍부한 위스키를 샀다. 아직 내손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이미 내 입과 코는 위스키를 음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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