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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니꾸 Jan 20. 2022

20. 눈 내리는 오후에 듣는 노래

cat stevens - father and son





겨울은 사실 크게 환영받는 계절은 아니다. 나만해도 겨울의 냉기나 적막한 분위기를 좋아하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오후의 햇살을 머금으며 날리는 눈을 바라보는 때만큼은 다르다. 아무리 추위를 많이 타고, 몸이 움츠려 들어도 내리는 눈과 바닥에 쌓인 하얀 눈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만큼은 온기가 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아무리 귀가 시리고 손이 시려도 소복이 쌓인 눈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작게나마 눈덩이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남들이 걸어보지 않은 쌓인 눈 위를 걸어가 보기도 한다. 손과 발이 꽁꽁 얼어 간지러울지라도 그만큼 하얀 눈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어제 오후는 눈이 내렸다. 가지런히 길가에 쌓인 눈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예전의 감성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미끄러워질 길을 걱정하고, 염화칼슘으로 자동차 바디가 오염될 것을 걱정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내리는 눈의 아름다움과 쌓이는 눈의 평화로움을 느끼기는커녕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대하듯 귀찮게만 느끼고 있었다.


이럴 때 바로 음악이 필요하다. 대수롭지 않은 풍경에 이야기라는 숨을 불어넣어 주는 음악을 들어야 한다. 무뎌진 내 감정의 골에 온기를 불어넣어 줘야 한다. 딱딱해진 내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거창하지 않은 기타 반주에 무덤덤한 목소리의 캣 스티븐슨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어둠이 다가오는 시간을 뒤로 여전히 하얗게 나를 기다리던 눈을 쳐다보며 몇 번을 다시 들었는지 모른다.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겨울은 깊어져 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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