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캐시를 만나다

by 미엘라

병원에 입원하고 한 달이 지날 때까지, 나는 병원 정원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유기묘 단체에서 위탁한 길 고양이들을 임시 보호하며 갈 곳 없는 고양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의 병원 고양이 '캐시'를 만나기 전까지는 병원에서 의미 없이는 하루를 시름시름 앓으며 보냈다. 몸이 아프다기보다 마음이 정말 끓어오르듯 아팠다. 내가 숨 쉬며 살아있는 것이 너무나 싫었고 '삶의 무의미'라는 주제밖의 다른 생각을 할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다.



1644606946301.jpg 병원의 정원

그러던 어느 날 창문 틈으로 몰래 들어와 복도를 어슬렁어슬렁거리는 고양이 '캐시'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캐시는 첫 만남부터 나에게 머리를 부딪히거나 비비는 행동을 하며 자신의 호감을 대놓고 드러냈다. 나는 그날 이후부터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실 나는 캐시를 만나기 전 까지는 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눈곱만큼도 없었고 고양이에 대해서 더더욱 몰랐다.



SAM_2510.jpg 캐시의 예쁜 얼굴

또 어느 날, 나는 새벽 3시쯤 악몽을 꾸고 일어나서 한참을 울었다. 울만큼 다 울고 나서 병원 복도로 나갔는데, 복도 끝에는 고양이 캐시가 혼자서 이리저리 걷고 있었다. 모두가 자고 있는 시간에 생기 넘치게 움직이는 생명체를 만나니 무지 반가웠다. 캐시에게 다가가자 캐시는 가만히 앉아서 나를 쳐다봤다. 처음엔 캐시를 무릎에 앉히고 한참을 쓰다듬어줬다. 그러다가 급 피로가 몰려오고 힘이 빠져서 그대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내가 누워서 가만히 있으니까 캐시는 내 배 위로 올라와서 고양이들이 기분 좋을 때 나는 소리 ‘골골송’을 부르며 내 뱃살에 꾹꾹이를 했다.


그리고 캐시는 내 배 위에서 편안한 자세를 잡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순간 세상에 고양이와 나 둘 뿐인 것처럼 느껴졌다. 캐시를 천천히 쓰다듬으니 고양이와 포옹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캐시의 체온, 그 아이의 초롱 초롱한 눈빛, 모든 것이 참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날 밤 고양이와 따스한 교감의 시간을 보내고 나는 다시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고양이는 다른 약물들보다 더 빠르게 나를 안정시켜 주었다. 그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주고 곁에 머물러주어서 너무나 고마웠다.


이렇게 병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고양이와 함께 하다 보니 미소 짓는 날이 늘었고 캐시가 나를 반겨주겠지 라는 생각에 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날이 기대가 되었다. 적극적인 캐시의 애교에 마음이 녹아버리고 우울한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정말 신기한 묘연이었다. 캐시는 고양이의 온갖 매력을 알려주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상이 되어 마음속의 작은 열정 같은 불씨를 키워줬다. 그날부터 고양이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에 대한 상식을 쌓고 완벽한 집사가 되기 위한 삶을 살리라고 결정을 내렸다. 의사 선생님도 나에게 우울증 약보다는 고양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나는 고양이에게 푹 빠져버렸다.


2022년 캐시를 만난 것은 내 인생의 중요한 만남이었다. 나에게 새로운 종류의 행복을 눈뜨게 해 준 은인 같은 고양이었다. 동물과 교감하면서 느끼는 행복과 기쁨을 알려준 고마운 아이다. 그렇게 나는 병원생활에서 기쁨을 찾았다. 마음 같아서는 1년이고 2년이고 병원에서 요양을 하고만 싶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되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온하고 조용한 병원생활이 너무나 좋았지만 더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진짜 나의 삶에서 멀어질 뿐이었다.


고민 끝에 의사 선생님에게 이제 퇴원을 하고 싶다고 얘기를 꺼냈다. 동시에 퇴원을 앞두고 막연한 불안감에 눈물이 쏟아졌다. 퇴원하면 더 이상 캐시를 안아줄 수 없겠구나 라는 안타까운 마음도 올라왔다. 하지만 계속 병원에 내 삶의 모든 것을 의지하며 삶을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인스타 @miella_page

◇ 유튜브 : 미엘라


캐시를 처음 만난 날 브이로그 ↓↓

https://youtu.be/EqX_JhPY5-8?si=HihMfAN3mrsP0b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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