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걸리고 3년 버거킹 알바하고 퇴사하고 느낀 점

by 미엘라


나는 3년 정도 버거킹에서 금, 토, 일 주말 알바를 했고 마침내 사직서를 내고 알바를 그만뒀다. 늘 도망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이렇게 끝내서 홀가분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버거킹에서는 아주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수행했다. 음료파트, 계산파트, 드라이브파트, 버거파트 등등 업무들이 세분화되어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에서 나는 단순하게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단순 노동이라는 게 나의 창의적 능력을 발휘하기보다 정해진 틀 속에서 행동이 능숙해져야 했고 인간으로서 느끼는 사사로운 감정을 느끼기보다 로봇처럼 차갑게 일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 주말마다 반복되다 보니 삶이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다. 주말마다 버거킹이 만들어놓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안에서 쳇바퀴 도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는 하루만 일해도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의 업무들을 하다 보니 ‘권태감’를 자주 느꼈고 일을 하면 할수록 멍청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쉬운 일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극히 일부만을 사용했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복잡하고 노력해야 하는 일을 하기가 싫어졌다. 일하기가 끔찍이도 싫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정도의 무책임한 위치에서 머무르고만 싶었다. 하루 대다수의 시간을 권태에 잠식된 상태로 멍하게 시간을 보냈다. ‘일이라는 것 = 하기 싫은 것’으로 생각이 흘러갔다. 여유시간이 나면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그냥 편하게 누워서 쉬고만 싶었다.


감자튀김 기계 앞에서 감자를 튀길 때 나는 내가 로봇이 된 것처럼 느꼈다. 튀김기계 버튼을 누르고 정해진 방식대로 일을 반복하다 보면 나도 감자튀김기계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생각을 하지 말자, 생각을 하지 말자’라고 되뇌며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의 알바생들은 3~4개월 정도 일하고 그만두기 때문에 종업원들 간에도 만족할만한 인간관계를 키워나가기 어려웠다. 정신 차려보면 늘 탈의실에는 새로운 알바 생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리고 손님은 받으면 받을수록 인간으로 안 느껴졌다. 그냥 밥을 먹으러 온 ‘햄버거를 주문하는 어떤 개체들’같이 느껴졌고, 손님과 종업원은 상호 간에 깊은 소통이 없는 일방적인 관계이다 보니 일하면 일할수록 깊은 고독을 느꼈다.

배달원들은 자신의 ‘배달번호’만을 얘기하고 손님들은 자신이 ‘먹고 싶은 것’만을 얘기하고 상사는 계속 ‘효율적으로 빨리 일할 것’을 강요할 뿐이었다. 처음 1년 동안은 일하면서 가짜 웃음을 유지하려 노력했으나 단순노동의 권태 속에서 그 가짜 웃음마저도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아르바이트하는 날은 저녁으로 햄버거세트 하나 정도를 식사로 먹을 수 있었다. 일하는 날은 늘 지나치게 많이 먹었다. 먹는 식사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항상 거북하게 배가 불렀다.


일한 지 1년 반쯤이 지나갔을 무렵에 어느 순간부터 고기 굽는 기계에 쌓여있는 고기가 패티가 더 이상 음식 같지 않게 느껴졌다. 생고기를 볼 때 느끼는 거부감은 알바를 할 때도 나를 따라다녔다. 동물들의 시체를 (조금 거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잘 다져놓은 음식을 요리하는 그 공간에 있는 것이 참 곤욕스러웠다. 주말마다 죄책감의 연속이었다. '죽은 것들을 이렇게 내다 파는구나', '죽은 것들 한가운데 내가 서있구나' 이런 식으로 아주 [죽음]에 치우쳐진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고기 패티를 보는 것도 기분이 언짢았고 그 패티를 밟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동료들을 보는 것도 참 불편했다. ‘고기 패티’ 라는 것이 효율적인 식사를 위한 효율적인 죽음으로 느껴진 이후부터는 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우리가 ‘신발’을 식사로 먹지 않는 것처럼 나는 ‘고기’를 더 이상 먹는 것으로 여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채식을 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버거킹에서의 알바 경험은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힘들게 일하고 적은 돈을 버는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돈이 가치 있는 소비를 하기 위한 좋은 ‘도구’로 안 느껴지고 돈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져서 중요한 것 들을 잊게 만들었다. 예전보다 가족, 친구, 건강을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마음의 크기가 작아지는 그런 자기 자신이 미워져서 자기혐오 감정도 자주 느꼈다.


생각보다 버거킹은 여러모로 폭력적인 이미지들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나는 주말 마감조로 알바를 했는데 마감하는 12시쯤 가게의 뒤편에는 까만색 쓰레기봉투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주방 마감을 할 때 온갖 화학제품을 이용해 내부를 구석구석 청소를 해야 했다. 쓰레기장과 연결되는 주방 뒷문을 경계로, 주방 쪽은 너무나 지나치게 하얗게 깨끗했고 쓰레기장 쪽은 구정물과 쓰레기 냄새가 풀풀 풍기는 음식물찌꺼기들과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바닥에 뒤엉켜있었다. 나는 그 문의 경계를 왔다 갔다 거리며 청소를 하고 쓰레기 산에 더 높은 산을 쌓는 업무를 수행했다. 나는 그렇게 돈을 벌었고 겨우 학교를 졸업했다.

효율성 있게 메뉴를 생산하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패스트푸드산업 시스템 안에서 ‘나름대로’ 배운 것도 정말 많지만 나는 인간으로서 아주 중요한 뭔가를 상실한 기분이 든다. 아마도 인간성의 일부를 그곳에서 잃어버린 것 같다.


https://youtu.be/9YRPeRGxlfg



수면제 약 기운에 스르륵 잠든 새벽 내내 하늘에서는 조용히 눈이 내렸다. 가려놓았던 빛 막이 창을 돌돌 말아서 창밖을 바라보니 새하얗게 변한 바깥 풍경이 펼쳐졌다. 창 밖의 눈 오는 풍경이 무지 반가웠다. 눈송이들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반가웠다. 바깥풍경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일어나기가 싫었는데, 바깥 풍경을 보자마자 옷을 챙겨 입고 병원에 내의 작은 정원으로 나갔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잠시 눈 위를 걷고 반가운 눈을 맞이했다.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지난 과거의 기억들을 곱씹었다.



엄마 장례식이 끝나고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그냥 ‘그날’에 눈이 내린 것 일뿐인데, 하필이면 그날 ‘눈’이 내려서 눈 내리는 풍경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엄마는 추운 계절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이상하게도 매년 11월 13일 엄마의 기일에 대해 뭔가 알 수 없는 기대를 했다. 그 날짜가 되면 왠지 기적적으로 엄마가 살아서 돌아올 것 같다는 이상한 기대를 걸었다. 그 막연하고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한해를 버티고 살다가,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또다시 실망을 했고 풀이 죽은 채로 그 해를 마무리했다. ‘엄마가 좀비도 아니고 어떻게 살아오나?’ 머리로는 당연히 알지만 도대체 이런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생각해 보니 지난 몇 년간은 눈 오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했다. 나의 유학의 시작은 운 좋게도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이 있었지만, 미술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계속해서 알바를 하며 학업과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알바를 해보기는 했지만, 외국에서 정말 내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상황 속에서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지난 3년간 버거킹 주말 알바를 했다. 알바를 시작한 이후로 나의 삶은 ‘월.화.수.목.버.거.킹 ’이었다. 그때쯤부터 끝없는 달리기를 하는 지루한 기분을 느꼈다. 그 햄버거가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가 가야만 하는 장소였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는 발목까지 쌓인 눈을 밟고 문밖을 나서는 일이 정말 싫었다.


하루 종일 일한 날은 발바닥이 마치 감자가 으깨진 것처럼 으깨지는 듯한 피로감을 느껴졌다. 나는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주로 12시, 1시에 집으로 걸어서 갔다. 내가 일한 곳은 집에서부터 걸어가면 약 40분 정도, 자동차로는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했다.


그렇지만 그만둘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생계가 해결되지 않으니 창작을 계속하고 싶은 욕구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돈에 대해 압박받는 만큼 ‘나’라는 사람의 가치 ‘나의 창작’의 가치를 스스로 낮게 평가했다. ‘난 뭘 해봤자 다 망할 거야, 나에게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내가 내 삶은 이미 잘못되어 수습할 수 없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그렇게 서서히 3년간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하며 무기력, 냉소주의, 자기 회의의 감정에 빠지고 익숙해져 뭘 해도 세상이 흥미롭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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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 ‘맥도날드화 Mcdonaldization’를 읽고 참고해서 작성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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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 미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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