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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Sep 12. 2022

직업의 귀천.

28세 여성이 도배일을 한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외고 출신에 Y대를 나왔다. 이 일을 택한 이유와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스스로 생각하고 인생을 개척해가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글의 톤이 우울하다는 느낌은 들었다. 특히 화장실, 식사에 대해서 많이 곤란해했다. 여성에 따라서는 밖에서 일을 못보는 사람이 있다.(아니, 꽤 많다) 현장에 설치된 간이식 화장실은 매우 불결하고, 여자용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그냥 참아야 한다. 


두번째는 밥이다. 현장에는 함바집이 있는데, 질이 떨어진다. 그 나마도 늦게 가면 반찬이 남아있지 않아서, 이모가 계란 후라이나 라면을 끓여준다고 한다. 몸 쓰는 노동을 하는데 그 정도로는 허기를 채울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겨울에는 난방이 안되기 때문에 그것도 고생스럽다. 차가운 콘크리트와 하루종일 대면해야 한다. 한창 멋 부리고 남자 만나고 찬란해야 할 나이인데, 작업복을 입고 사람들의 '노가다꾼'이라는 시선을 받아야 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한다.  정말 없을까? 직업의 귀천은 나에게 없는 것이지, 타인에게 내 직업은 엄연히 평가 받는다. 각 직업에는 그에 걸맞는 이미지가 무의식적으로 떠오르게 되어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젊은 아가씨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기술직이기 때문이다.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경력이 쌓이면 보수도 높으며, 고용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70까지는 일할 수 있다. 난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 아직 젊고 머리가 되면 로펌이나 의과쪽으로 가는 것이 낫지않을까? 근데 또 공부하느라 시간과 돈을 장기간 써야 한다. 공부, 준비, 계획, 요즘 사람들은 이거 하다가 인생 다 보내는거 같다. 


나에게는 공무원 친구가 세 명 있다. 이들이 공무원에 임용되었을 때 축하해주면서도 부러워했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상 걱정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원 상대하느라 별에 별꼴을 봐야 하고,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연금도 많이 깍인 상태다. 그 중에는 부부가 공무원인 친구가 있는데, 둘이 연금 합하면 꽤 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그 금액은 딱 생활비라고 했다. 아이들 교육시키고 결혼 시킬 생각하면 아마도 얼마전 구매한 집을 헐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자기들끼리는 재취업과 자영업, 귀농, 심지어 소로우처럼 자급자족하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한다. 


60이 정년이고 65세 정년 연장이 한창 논의중이다. 여유가 없기는 청년이나 장년이나 매한가지다.  대기업과 공무원 출신 퇴직자들, 택시, 택배, 경비 가리지 않는다. 직업의 귀천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면 사라진다.  


도배 아가씨는, 남들이 30년 뒤에나 준비할 일을 지금부터 하고 있다. 박수.



매일 책을 읽습니다. 냠냠.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4582?ucode=L-UgSmWEX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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