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6일
퇴사를 하고 오전 러닝을 하리란 말은 씨가 되어 싹이 텄다. 격일로 달리기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40분 정도 달려서 공원에 도착하면 벤치에 앉거나 근처 에스프레소바에서 멍을 때린다. 달리기를 할 때는 이어폰 없이 핸드폰과 지갑만 챙기는 편이라 앉아서 할 게 없다. 이러다가 집에 도착하면 점심시간이 되니 신비로울 따름이다. 러닝을 시작한 지 2달이 되어간다. 아직도 통통하다. 이유를 모르지는 않아서 그냥 씁쓸하다.
가을이 되니 잔디밭에 굴러다니는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엽록소가 빠진 색까지. 낭만 그 자체다. 어린이집에서 산책을 나와서 작은 손으로 나뭇잎을 줍는 아가를 보면 나도 곧 일을 시작해야 하니 지금을 즐기자는 마음을 먹는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씁쓸하다는 말에 친구는 오늘 밖에 나갔으면 그거면 됐다고 말해주었다. 무얼 해야만 의미 이쓴 하루는 아니라고. 지나영 교수님도 생산해야만, 도움을 주어야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로 사람은 사랑받아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인데 왜 돈을 벌지 않을 때는 유난히 조바심이 날까. 앞으로 돈을 벌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무언가 생산을 해야 유익하다는 관점은 버리기로 했다. 존재 자체로 누리는 하루를 보냈다.